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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아침

by 윤신


침대 위

일회용 안락에서 넘기는

타인의 일상


제 사랑의 유통기한은 백만 년이면 좋겠어요

라는 댓글이 아득하다


백만 년이면 묻힌 플라스틱이 썩고도 남을 시간

새 인류가 태어날 수도

어느 행성 하나가 부서지고도 남을 시간


영원을 닮은 비영원을

질기도록 버텨야 하는 사랑이라니

잠깐 기다려 봐,

지금 내가 사랑을 버티는 거라 말했니

차오르는 게 아니라?


나의 사랑은 죽었으면 좋겠어

죽어서 샅샅이 뿌려지면 좋겠다는

참 인간다운 발상이지

죽어서도 비료처럼 잔존하는

돌고 도는 유기물 같은 사랑이라니


길게 이어지는 마음과

흩어 퍼지는 마음


꼭 선택해야 하는 것도

선택한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난 늘 그래

의심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처럼

굴리고 또 굴려

생의 힌트

뭐라도 알아챌 수 있도록


하지만 나의 사랑은 역시 죽었으면 좋겠어

죽어서 사라졌으면

빛나던 눈짓 뜨거운 온기 서툰 단어 어린 계절의 냄새마저 모두 사라져서

자유로이 쉬었으면


그러다 멀리 떨어졌던 서로가 우연히 만나

안녕, 가벼운 인사라도 나눴으면

그런데 잠깐

내가 지금 다시 만난다고 했니

죽어서도 다시 만나는 마음이라고?


나도 참 지독하네

이건 백만 년보다 더한 집착이잖아


말끝을 잡고 늘어지고

늘어지는 인스턴트 휴일의

침대 위 아침


플라스틱도 인류도 행성도 아직 멀쩡하지만

그래도 영원보다는 필멸이 낫지 않아?


혼잣말하는

멀쩡하지 않은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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