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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y 16. 2022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염려가

때때로 나로 인해 숨이 턱 막히게 하는 걱정거리가 생길 때가 있다.

대부분 늦은 밤, 내가 유독 몸과 마음이 지친 날, 그리고 뭔가 안 풀리는 것 같은 날 특히 더 그렇다.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툭툭 털어버릴 그런 걱정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가 되어버리는 날이 있다.


걱정이 불안이 되고, 불안이 우울이 되어 이 기분이 마치 평생 동안 날 끌어내릴 것만 같다.

내 걱정이 사실이 되어 내 목을 조른다.

숨이 막히는 느낌만 드는 줄 알았더니, 진짜 숨이 턱턱 막혀온다.


이대로 그냥 모든 상황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지만, 이미 여러 번 도망쳐 봤기에 그 도망이 결국 무력감과 더 깊은 자기혐오를 남기는 걸 안다.

그래서 상황을 바꾸지 않기로 마음을 먹지만 걱정은 곧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난 그래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불안의 원인을 마주해낸다.


막상 염려의 원인을 마주해보면, 내가 상상하고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고, 때로는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한다.

물론 간혹 내 생각보다 큰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염려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불안이, 염려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내 염려가 그림자처럼 어둠 같으나, 사실은 본체나 형체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나 스스로가 실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힘이 없단 걸 알면서도.

나는 또 불안해한다.


이건 이미 일어난 일도 아니고, 내게 다가올 미래도 아니라고 되뇌면 잠시 숨은 쉬어지지만 또다시 나는 걱정의 무게에 짓눌린다.

이게 내가 만들어낸 허상인 걸 알면서도, 가볍게 날려버리면 되는 걸 알면서도.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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