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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May 22. 2022

당신을 주목했던 이유

이유를 도통 알 수 없게 자꾸 눈과 마음에 담게 되는 사람이 있었다.

일거수일투족이 거슬렸다.

그의 모든 게 거슬려서 나는 참지 않고 다른 이에게 그가 왜 도통 마음에 안 드는지 늘어놓았다.


그렇게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미움에 대해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한 게 아니라, 그냥 착잡했다.

되려 이런 이유 없는 미움을 가진 내가 밉더라.


그를 의식적으로 피하려 해도, 그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 곳에서 보는 사소한 언행조차 미웠다.

사람을 이유 없이 이렇게 미워하는 내가 도대체 뭐 하는 건가, 몇 년이 지나 겨우 깨달았다.


일단 이유 없는 미움을 담고서 그를 끊임없이 주목하니, 내가 괴로웠다.

나도 내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아서 끓어오르는 미움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내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렇게 있었다.


최근에 어떤 정신과 의사분의 영상을 보게 됐는데, 이유 없이 누군가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질투라는 내용이었다.

그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치며 그 사람을 떠올렸다.

그를 향한 미움의 이유는 질투였다.


여태 서른이 되는 나이에도 질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난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추한 모습이 질투라는 걸 몰랐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영상을 보자마자 떠올린 건 그 사람이었다.


그래, 질투.

나는 그를 질투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금전적인 여유로움, 그의 능력, 그리고 그가 가진 인간관계.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득 가진 것만 같은 그를 질투했고, 나는 이 감정을 정확히 몰랐기에 그를 이유 없이 미워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럴수록 자괴감만 커졌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 속에 허우적 댈수록 나는 내가 미웠고 또 나는 내가 미워진 만큼 그를 미워하며 원망했다.

왜 굳이 내 인생에 등장해 나를 이렇게 초라하고 악랄한 모습을 만드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정의를 내리고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질투라는 서랍 속에 감정을 제자리에 돌려 넣으니 제어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만 있었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질투라는 안개가 걷히고 그가 그제야 제대로 보였다.


그가 더는 하나도 밉지 않고 미안하기만 했다.

그동안 그를 얼마나 미워했었는지, 참 미안했다.


당신을 주목한 이유는 질투이기에 이제 난 그것에 제대로 된 이름표를 붙였고, 그 감정의 제자리를 찾아주었다.

나는 다 정리가 됐으니 나는 이제 드디어 당신을 주목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스쳐가듯 그렇게 보고, 더는 당신이 밉지 않아 다행이다.


내가 당신을 대놓고 미워하지는 않아 직접 사과할 수는 없지만 그간 당신 모르게 마음속에서 미움을 쏟았던 게 많이 미안하다.

이제 앞으로는 당신에게서 눈을 떼고 당신이 잘 되기만을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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