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통해 얻는 게 은근히 많다
"내 성격, 참 지랄 맞은 것 같아."
어느 날 내가 불쑥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고개를 들고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다.
"아니야."
남편의 답이 좀 늦었다.
그런데 내가 뭐라 할 수 있을까?
남편에게 있는 그대로 드러낸 성격이 내가 생각해도 좀 뭣 같은데.
여태까지 나와 함께 살아준 게 고마울 정도다.
시원치 않은 내 표정을 살핀 남편이 한마디 더 덧붙인다.
"나도 내가 이런 면이 있을 줄 몰랐어.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지."
남편은 말을 마치고 어색하게 웃는다.
나도 덩달아 씩 웃었다.
누군가는 신혼이라고 하는, 이제 겨우 결혼 3년 차인데 참 못난 모습 서로에게 많이 보였지.
울다가 웃고, 평생 느껴본 적도 없는 분노를 서로에게 분출하고, 유치하게 삐지고, 등등.
지금까지 결혼생활 중 했던 상대방과 자신의 민망한 행동을 떠올리며 머쓱해진 게 분명하다.
연애할 때는 그나마 겉치레가 가능했다.
그때는 아무리 크게 싸워도 각자 개인 공간인 집으로 돌아가, 개인적으로 감정을 처리하고 나서 본성을 적당히 감춘 모습을 내보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같이 사니까, 본성을 적당히 감출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날 것 그대로가 보인다. 연애기간 가운데 아무리 치열하게 싸웠다 한들, 결혼하고 나서 일어난 싸움에 비하면 애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부부의 겉모습만 보고는 착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음, 생각해 보면 우리 둘 다 사회적으로 드러난 모습은 꽤 착한 편인 것 같다. 그래서 부부끼리 모여 수다를 떨 때 우리도 싸운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말한다. 너희도 싸우냐고.
그냥 싸우다 못해 아주 드라마 한 편을 찍죠,라고 솔직하게 답하기 보단 그냥 웃어넘긴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상상도 못 하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대부분의 싸움이 얼마나 유치뽕짝 한 지 들으면 아마 우리는 유치원 생들과 친구 먹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결혼하기 전, 부부싸움은 꽤 두려운 존재였다.
우리 사이를 망가뜨릴 것만 같은 독극물 같은 존재.
마치 행복의 반대말이 싸움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꽤 유익한 점도 많더라.
그리고 싸운다고 해서 부부 사이 행복이 꼭 깨지는 것만도 아니더라.
그것을 통해 남편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점도 너무나도 많다.
마치 몸이 낫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쓴 약처럼, 우리를 꽤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부부 다이어리라 읽고, 우리 사이에 있었던 다툼에 대한 기록이라고 쓰고 싶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에 관한 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어느 누구에게든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