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복은 명상이다
나는 단순 반복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줄 간식 꾸러미 패킹이나 매실, 감 택배 박스 작업 같은 것들이 그에 해당하는데 단순 반복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일정한 프레임 안에서 동일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잡생각이 중단되고 시간이 홀연히 지나가는 마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명상에 해당한다. 물론 각 잡고 자리에 앉아 가부좌나 부장가사나를 오랜 시간 유지하며 훈련하는 것도 명상에 해당하지만 그렇게 명상을 하려고 하면 잡생각이 떠올라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명상에 집중하는 것을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 노동이나 반복은 어떠한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딴 길로 새는 경우도 드물고 잡생각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단순 반복은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운동도 해당된다. 특히 달리기와 수영이 아주 적합하다. 오늘 새벽, 그러니까 매주 수요일 새벽은 수영 강습이 없어 자유수영을 하는 날이다. 어느 날 수영 호흡이 트인 후로는 장거리 수영에 재미를 붙여서 자유수영 땐 안 쉬고 3km 자유형 장거리를 꼭 하리라 다짐했었다. 사실 장거리 수영보다 깔짝대는 수준으로 100m 돌고 쉬고, 200m 돌고 쉬고를 반복하며 슬렁슬렁 수영을 즐겼었는데 그때는 장거리 수영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하나의 영법을 50분이고 1시간이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도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별생각 없이 2km를 돌고 나서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 후로는 장거리 수영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장거리 수영을 돌면 여러 난관에 부딪힌다. 다른 사람과 속도가 맞지 않아서 양보한 후 출발해야 하거나 내가 먼저 앞서야 하는 상황도 생기고 옆 사람으로부터 밀리고 튀어 오른 물을 강제로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외에는 오롯이 글라이딩과 적절한 발차기 자세에 집중하며 끊임없이 돌뿐이다. 몇 바퀴를 돌고 있는지 세는 것도 무의미하다. 머리를 비우고 동일한 자세로 계속 돌면서 한 번씩 시간만 확인하면 된다. 빠르게 워치로 몇 바퀴 돌았는지 확인하고 목표 거리에 맞춰 더 돌거나 멈추면 된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자세에 집중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계속 뛰면 된다. 그렇게 30분, 1시간 뛰고 나면 별생각 없이 뛰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명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잡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몸을 움직이며 단순 반복 작업(운동)을 해보라! 효과 직방! 누구나 예외 없음! 대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