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연애는 대학교에 들어가며 시작되었다. 상대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꽤 봐줄 만한 얼굴을 가진 동갑내기 남자아이였다. 우리는 6개월 남짓 만났다. 연애의 시작은 가물가물하지만, 끝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나는 매달렸고, 그 아이는 매몰찼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나고 오는 지하철 안에서 시큰시큰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 몇 차례의 연애를 했다. 상대의 나이도, 성격도, 생김새도, 심지어 국적도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 진심이었고, 자주 상처받았다. 상처가 깊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학교에 가지 않았고, 침대에 틀어박혀 울기만 했다. 그때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아픈데 또 어떻게 더 하루를 살아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겨울 끝에 언제나 봄이 오듯 내 마음도 조금씩 괜찮아졌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청승을 떠는 횟수도 줄었다. 어쩌면 슬퍼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헤어진 다음 날에도 여전히 일은 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무뎌지고 있었을까.
아주 어릴 때 연애 소설을 쓴 적이 있다. 해본 사랑이라고는 짝사랑이 전부였던 나이였다. 실제 연애를 하면서는 오히려 연애 소설을 쓸 수 없었다. 연애하기만으로도 바빴다. 연애를 쉰 지 햇수로 5년이나 된 지금은 더더욱 모르겠다. 내가 과연 연애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연애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늘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오늘 처음 만난 두 남녀가 같이 하늘을 보며 앉아 있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인다. 남자는 조곤조곤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듣고 있던 여자는 묻는다. "한 번 안아줘도 돼요?" 짧은 포옹 끝에 여자는 말한다. "거짓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데, 나도 그런 일을 겪었던 적이 있어요. 꼭 그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때 난 죽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살아있네요. 그러니까 힘내요."
직접 경험한 일이다. 그때 만났던 남자는 지금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 5년 동안 연애를 하지 못했다. 이런 내가, 정말 연애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연애를, 아니 사랑을, 얼마나 믿고 있나? 그리하여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