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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Aug 30. 2024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기.



아기에게 멜론을 갈아서 먹여보았습니다. 혀끝에 닿자마자 번지는 달콤한 맛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가 한가득입니다.



일순간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입을 더 크게 벌립니다. 한 스푼 더 넣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눈이 더 커지면서 양손을 펴고 날아갈 듯 파닥거립니다.



다음 스푼을 바라는 몸짓이 제법 거세졌습니다. 눈으로는 계속 스푼만 쫓습니다. 저는 곧바로 입에 한 스푼 더 넣어주었습니다. 이제는 눈 코 입이 활짝 열렸고, 양 팔이 겨드랑이에 닿을 새 없이 파닥거리는 데다가 안짱다리 사이에 걸쳐있던 엉덩이까지 위아래로 풀썩거리며 소리까지 지릅니다.



꺄아아아아아

파닥파닥파닥

악!아!!아어악!



단맛에 흥분된 거센 콧바람과 기쁨의 비명이 아이에게서 발사됐습니다.



아기는 '오 맛있는데? 주세요~' 하는 수준을 넘어 '오오오!!!!!! 뾰보뵤봉봉!!!!! 더더더! 주세요!!!!!!' 하고 온몸의 세포를 다 동원하여 멜론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그 맛을 만끽하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합니다.



멜론뿐이겠습니까?



헤엑헤엑.

하아아암.



엄마나 아빠, 언니 등 가족들에게 와락 안길 때도 몸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그냥 덥석 안기는 수준이 아닙니다. 양손으로 제 목을 휘감아 로데오의 소처럼 몸을 들이박습니다. 여차하면 저를 뚫어버릴 기세입니다. 사랑이 넘쳐서 주체하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냐아아아

흐으으응



행복으로 감정이 가득 찼을 땐 웨이브를 탑니다. 마치 물속에서 노니는 인어 같습니다. 몸을 나선형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며 침대에서 유영을 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이곳이 천국이다~ 하는 표정입니다.



하악하악

하하하학



유치원에 간 언니의 방문이 열리면 '드디어!'라는 표정으로 하악 거립니다. 안겨있다가도 저를 걷어차고 침을 뚝뚝 흘리며 언니방으로 기어갑니다.  그러다 언니방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으면

소리를 치며 무릎 바운스를 합니다. 무릎 바운스 후에는 물건을 들고 해달처럼 바닥에 쾅쾅 쾅쾅 칩니다.   

   


괜찮습니다. 아기가 정말 좋아서 온몸으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는 중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실까요?



만약에 집에 귤 선물 박스가 여러 개 들어왔다고 해봅시다. 내가 다 먹기 힘들 정도라서 쇼핑백에 몇 개씩 담아, 주변 사람에게 나눔을 했습니다.



A는 활짝 웃으며 마침 귤이 정말 먹고 싶었다면서 손박수를 치며 기뻐했습니다. "어머!! 혼자서 다 먹지 뭘 나누어주고 그래~ 아유~~~ 정말 고마워~ 맛있게 잘 먹을게!"라며 바로 그 자리에서 귤을 까먹고 엄지 척을 했습니다.



반면, B는 미소 지으며 "아유~ 뭘 이런 걸 줘~ 괜찮은데~~ 고마워~ 잘 먹을게~~!!" 하며 감사의 말을 했습니다.



물론 둘 다 똑같이 감사하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A와 B, 각각에게서 제가 받은 감정은 사뭇 다를 것입니다.



만약 다음번에도 나눔을 하게 된다면 둘 중 누구에게 하게 될까요?



저는 A에게 할 것 같습니다. B에게는 주저할 것 같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B가 부담을 느끼는 게 싫어서입니다.








아기는 A 같습니다. 어쩌면 A보다도 반응이 더 격합니다.



무언가를 해주었을 때 온몸으로 기뻐하는 아기를 보면 오히려 제가 더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가 이 친구를 이렇게까지 기쁘게 해 줬나? 하는 뿌듯함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아기에게는 자꾸 무언가를 해주고 싶습니다. 부담스러워하지 않을뿐더러 제가 해주는 일들을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으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해 주니까요.



줄 때마다 좋아하니 내가 기쁘고,

내가 기뻐지니 또 더 주고 싶고,

그래서 또 주니까 또 격하게 좋아하고,

그 사람도 기쁘고 나도 기쁘고.



이것이야말로 기쁨의 선순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받으면 되도록 거절하지 않습니다. 주저하지도 않습니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습니다. 기왕이면 받는 기쁨을 100% 만끽하려 노력합니다. 물론 저는 아기처럼 온몸으로 난리 치지는 않지만 꽤 호들갑을 떨려고 하는 편입니다.



나를 생각하며 선물을 준 그 사람이,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더 기뻐할 수 있게요.

 


물론 누군가로부터 받은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건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마냥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기처럼 온몸으로 기뻐하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한 도리겠다고 이제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 무언가를 받으면 온몸으로 마음껏 기뻐해 봅시다. 혹시 아기의 표현까지는 과하다 싶으시면 받았을 때의 마음을 충분히 만끽이라도 해봅시다. 그래서 받는 기쁨을 120%로 끌어올려 봅시다.



내가 아기처럼 순수하게 온몸으로 기뻐한다면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몫까지 두 배로 더 기쁠 것입니다.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쁘려면 어떻게?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기.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여러분의 좋아요 와 댓글에 제가 들썩들썩, 둠칫둠칫. 제 기쁨에 여러분도 둠칫둠칫.



여러분에게도 기쁨이 가득 번지기를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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