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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Sep 27. 2024

오로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택.  


우리의 주인공인 아기는 둘째입니다. 외동일 때는 미처 몰랐던 부분이지만 둘을 키우면서 알게 되는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엄마와 같은 아빠한테서 탄생했고 같은 몸에서 아기를 키워내 세상으로 내보냈는데 둘이 참으로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유전자 조합이 아니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언니와 아기의 차이를 보고 있으면 재밌고도 신기합니다.






기질은 타고 태어나는 것이고 성격은 커가면서 형성되는 것이라 합니다.  



언니는 어릴 때부터도 밥보다는 빵을 좋아했습니다. 동생인 아기를 요즘 관찰해 본 결과, 빵을 주면 씹다가 버리면서 밥은 더 달라고 입을 벌리곤 합니다.



저는 둘 모두에게 밥도 주고 빵도 줬는데 언니는 빵을, 아기는 밥을 더 좋아했습니다. 즉 어떤 음식을 더 선호해서 먹을지는 오로지 아이들의 선택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아기그네를 처음 탔을 때도 반응이 달랐습니다. 언니는 타자마자 무척 좋아했던 반면 아기는 울상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의 반응도 현저히 차이가 났습니다.



언니는 어릴 때 새로운 공간에 오면 늘 표정이 굳어있었습니다. 제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고 누가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면 울었습니다. 한참을 주변을 관찰한 끝에 이제는 괜찮겠다 싶을 때 바닥에 내려와 기어 다녔어요.



마치 "어... 어. 여기... 어... 디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에 반면 아기는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눈이 똥그래집니다. 제 품 안에 있긴 하지만 표정이 밝고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누가 억지로 데려가려고 하면 배시시 웃으며 저를 꼭 끌어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 관찰한 뒤에는 바닥에 내려와 적극적으로 기어 다닙니다.



마치 "어! 어~어?! 여기! 어디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언니는 관찰력이 좋고 신중해서 웬만하여서는 잘 다치지 않습니다. 또 디테일에 굉장히 능합니다. 한편 아기는 호기심이 많고 낯가림이 적어 주변사람들과 환경에 잘 흡수되어 적응을 잘합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쏘다녀서 부딪히고 다치기 일쑤입니다.



즉,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런 지점들이 참 신기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음식을 주고 똑같은 경험을 시켰는데도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요.



같은 input이 들어갔는데 다른 output이 나온다는 지점이요.



결국 모든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아이들의 양육 또한 애바애라고 합니다.  



과거 첫째인 언니를 키울 때 아이들 양육과 교육에 관해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훈육을 할 때 어떤 분은 A로, 또 어떤 분은 아예 반대인 B로 하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느 분의 말이 맞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내 느낌과 취향대로 선택해서 훈육을 했습니다.



이제야 깨달은 바이지만 의견이 다른 건 당연했습니다. 선생님들도 다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아이들 또한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에 훈육의 방법 또한 다 다를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다른 사람을 해하거나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는 성향과는 별개로 꼭 훈육을 해야 합니다.



같은 나무 그림을 보더라도 어떤 이는 나무의 무성한 잎을 본다면 어떤 이는 굵직한 나무줄기를 봅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부모가 어떤 INPUT을 어떻게 넣어주는지는 절댓값이 아니다. 같은 INPUT이라도 무엇을 볼지, 무엇을 받아들일지, 무엇을 출력할지는 부모의 몫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의 선택이다.'







 

이렇게 생각이 마무리되자 저는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나의 어떤 면을 선택해서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기왕이면 찡그림보다는 미소를 짓고,

주변과 나 자신에게 다정하며,

실패나 좌절이 있더라도 다시 도전하고,

싸우더라도 인정하고 화해할 수 있는 그런 넓은 품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요.



저는 저의 어떤 면을 선택해서 받아들일지 모르는 언니와 아기 덕분에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꼭 아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성장과 발전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다 이루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도 존경하는 교수님의 어떤 부분을 닮고 싶어 따라 했던 적이 있고, 친정엄마의 한 면모가 부러워 그 면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이 분에게는 이런 면모, 저분에게는 저런 면모를 배워야지 하고  흡수했었지요.



반대로 저 사람의 저런 면모는 절대 배우지 말아야지 하며 배우지 않아야 할 것을 얻기도 했습니다.



아기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저희에게 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어떤 면모를 받아들일지는 오로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선택이니까요.  



정리하자면, 타인이 어떤 것을 받아들일지 모르니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한테서 내가 어떤 면을 배울지는 오로지 내 선택이라는 점.



이 두 가지를 기억하고 산다면, 좋은 면들이 선순환되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을 품어봅니다.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매주 금요일 연재 됩니다. :)



내가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오로지 내 선택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은은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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