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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온도 Oct 04. 2024

꼭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우리의 아기는 이제 거의 돌이 다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리는 시기가 바로 생후 1년입니다.  



아기는 태어난 지 100일쯤 무렵이 되면 태어났던 몸무게에 2배 정도 성장을 하고 돌이 되면 3배 정도 성장을 합니다.



스캐몬의 성장발달 곡선에 따르면 뇌 발달 역시도 태어나서 돌 무렵까지 뇌의 약 60%가 성장한다고 합니다.



곁에서 지켜보았을 때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기는 눈이 부시게 성장을 합니다.



앞으로도 아기가 성장해야 할 부분이 한참 더 남았지만 확실히 돌까지의 성장은 꽤나 드라마틱합니다.



아기의 성장을 쭉 지켜보면 이러합니다.



목을 가눈다.

뒤집는다.

되짚는다.

배밀이를 한다.

무릎을 들어 흔들거린다.

무릎으로 기어간다.

잡고 선다.

잡고 서서 손을 떼 중심을 잡는다.

잡고 걷는다.

걷는다.



그리고 걸을 때 즈음이 되면 간단한 말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엄마
맘마



우리의 아기는 엄마와 맘마는 아주 잘하고요. 가끔씩 은니(언니), 압빠(아빠)까지 할 때가 있습니다.



또 돌 즈음이 되면 꼭 찾아오는 단계가 있습니다. '돌 발진'이라고 하는데 돌 때쯤 찾아온다고 해서 '돌치레'라고도 합니다.



주변을 보니 돌 이전이든 돌 이후이든 꼭 한 번씩은 겪고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기의 언니는 돌이 지난 이후에 돌치레가 찾아왔었습니다.



아기의 언니가 돌치레를  겪었을 때 친정엄마가 해주었던 말이 있습니다.



"크느라고 그래. 노인은 아프고 나면 늙고, 애들은 아프고 나면 크더라."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돌치레를 하고 난 이후에 아이는 한층 더 커있었습니다.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는 저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생각합니다.



우리 아기 크려고 아프구나. 성장하려고 아프구나.








아이의 발달과정을 쭉 지켜보다 보면 거쳐야 할 단계는 꼭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그 단계를 충분히 겪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뒤집었다고 바로 걸을 수가 없듯이,
중심을 잡았다고 바로 뛸 수가 없듯이요.


하나의 단계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몸에 연마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달라진 몸의 방식이 제대로 자기 몸에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찾아옵니다.


실제로 아기들은 각 단계에서 엄청난 연습을 합니다. 우리의 아기도 뒤집기를 할 때 마치 뒤집기 머신이라도 된 것 같았습니다. 걸음마 연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자기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들을 다 끌고 다니는 통에 집이 폭탄을 맞은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하나의 단계가 길어질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떤 단계는 가볍게 쓱 지나갈 때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아기들은 배밀이는 생략하고 곧바로 기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흔히 성장은 계단식이라고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계단의 폭과 높이는 일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계단은 평지 부분이 끝이 없는 것처럼 길어질 때가 있고 또 어떤 계단은 평지에 비해 높이가 급 높아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계단의 모양은 다르지만 다음 계단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생에 겪어야 할 것들은 언젠가 꼭 겪니다.


아기들이 돌치레를 해서 열병을 앓듯이 10대 시절 사춘기를 겪어 성장통을 치르듯이요.


어떤 분들은 10대에 사춘기를 겪지 않고 지나왔다고 하십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시기가 뒤로 미뤄졌을 뿐 언젠가 다른 나이대에 꼭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만약 겪어야 할 시기가 아니라 다른 시기에 겪게 되면 해당 시기에 겪을 진동과 예전에 겪어야 했던 진동이 합쳐서 더 큰 앓이를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단계에서 치러야 하는 것들은 기왕이면 그때 제대로 충분히 겪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걸을 시기에 넘어치고 부딪히고 까지면서 평생을 걸어갈 기반을 다지듯,
엄마에게서 받은 면역력이 사라져 돌치레 때 아이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치환하듯,
사춘기에 울고 웃는 혼란과 불안 속에서 나를 찾는 과정의 길을 닦듯이요.


이렇듯 성장은
각각의 단계가 있고,
겪어야 할 단계는 꼭 겪고 넘어가며,
각 단계의 시기에서는 익숙해질 때까지 그 시기를 충분히 겪고 지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설사 평지가 좀 길어지는 것 같더라도 다음 단계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제대로 자기의 몸에 연마를 해야 합니다.


저 역시도 매번 성장 앓이를 치르고 있습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크고 작은 폭의 진동을 경험하며 삶을 일구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도 압니다. 걷기 시작한 아기가 언젠가 뛸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요. 제 성장의 단계도 다음의 도약이 있다는 것을요. 만약 아직도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다면 내가 지금 충분치 못해서 LEVEL UP을 못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요.


여러분도 그러시길 바랍니다. 다음이 있음을 기억하고 지금의 단계를 충분히 겪어내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것은 다 겪고 지나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슬퍼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너무 아파하지도 말고 심히 좌절하지도 말며 그저 지금 단계의 진동을 오롯이 겪어내어 봅시다.


그렇게 지금의 단계를 충분히 겪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그림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있을 것입니다.






* <반가워, 나의 아기 선생님> 은 이번 회차로 완결을 짓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에필로그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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