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나는 인생 두 번째로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는 아주 처참히 무너졌었다.) 2022년은 가히 미라클 모닝과 자기 계발 그리고 글쓰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2023년 1월부터 갑자기 집에 안 좋은 풍파가 생기면서 마음을 잡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면서 루틴이 깨졌고 그런 와중에 임신이 되었다. 나는 입덧이 굉장히 심한 편인데 입덧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하루하루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일들만 하며 살았다. 입덧이 끝난 이후에도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일반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모든 것의 바탕은 '체력'이다. 체력이 떨어지니 공부고 책이고 글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덧 출산이 다가워지자 나는 다시금 출산 이후의 나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조절해 다시 루틴을 잡아가고 있다.
오늘은 둘째가 태어난 지 55일째다. 그 말은 새벽에도 일어나 수유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잠을 쪼개 자야 하는 만큼 일찍 일어나 새벽에 미라클 모닝을 할 수가 없었다. 미라클 모닝을 1년 동안 해보니 잠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절대 새벽에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우리 순둥이 둘째는 잠을 잘 잔다. 낮에도 2시간, 길게는 3시간도 잔다. 나는 그 시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오전 시간에 첫째 등원, 아점, 집안일을 모두 마치고 12시 이후부터 둘째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내 루틴을 갖기로 말이다.
즉, 당분간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미라클 애프터눈'을 할 생각이다.
아점 먹고, 설겆이 하고, 빨래 두 번 돌리고 널고, 모유수유해서 재운 뒤 자리에 앉았다.
실은 이미 며칠 전부터 하고 있다. 물론 새벽만큼 맑은 기운과 정신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다. 새벽에 시간을 갖는 게 가장 좋지만 꼭 새벽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간대이든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만 확보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은 둘째가 낮잠을 뒤척거려 지금도 슬링백을 몸에 장착한 채로 글을 쓰고 있다.)
저번에 잠시 멈추어 있는 동안 예전에 소통을 주고받았던 블로거님의 눈부신 성장을 마주했다. 역시 지속적인 것, 꾸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절절히 느꼈다.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진심으로 바꾸고 싶은 나의 "나쁜 행동"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행동을 했을 때 굉장히 심하게 자책을 했었다. 얼마나 자책을 했냐면 내 몸이 이대로 가루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때 '나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내가 했던 두 가지가 있다.
1. 주기를 단축시키기
2. '나쁜 행동'이 나왔을 때 자책하지 말기.
'나쁜 행동'을 안 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다. 노력했는데도 불쑥 튀어나왔을 때 자책하지 말라는 의미다.
나는 자책 말고 생각했다.
'와~! 이번에는 일주일 만에 나왔어! 잘하고 있어! 다음에는 길게 끌어보자! 더 늦게 나오도록 노력해 보자!'
그렇게 '나쁜 행동'은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두세 달에 한 번, 1년에 한 번씩 드문드문 모습을 보이다가 어느덧 몇 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그러려고 한다. 솔직히 올해 미라클 모닝을 멈춘 것을 꽤 후회했지만 이제 멈췄다는 자책은 하지 않을 것이다. 멈췄다가 다시 일어나는 나를 칭찬했다. 나에게는 미라클 애프터눈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또 멈추게 되면 또다시 일어나겠다. 그렇게 멈춰진 기간을 단축시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끊이지 않고 계속 지속하는 날들이 올 것이라 믿는다.
지속하지 못한 당신을 탓하며 자책하지 말라! 다시 일어나 방법을 바꾸고 다시 시도하자! 미라클 모닝이 안되면 미라클 애프터눈도 좋다. 미라클 애프터눈이 안되면 미라클 디너, 미라클 나이트도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느 시간대든 나를 만나는 시간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니 미라클을 시도하는 여러분 잠시 멈추어도 좋으니 계속 시도하세요! 원하는 바를 이루고 우리 행복해 집시다! 오늘도 은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