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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Dec 24. 2021

크리스마스 선물

일곱 살 12월 어느 날 

오빠랑 놀다가 다락방에 올라갔다.

거기에 내가 갖고 싶었던 소꿉놀이 장난감이 있었다.

오잉? 이게 왜 여기 있지?

혼란스러움을 감추고 크리스마스날까지 기다렸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내 머리맡에는 다락방에서 보았던 소꿉놀이 장난감이 놓여있었다.

그때 알았다.

산타할아버지가 바로 부모님이었다는 것을.

그 후로 몇 년 동안

다락방 이야기를 부모님께 하지 않았다.

12월이 되면 다락방에 가지도 않았다.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한 부모님의 마음을

나도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다.

산타에 대한 환상은 깨졌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이제는 부모의 마음으로 딸의 선물을 준비한다.

딸은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걸 다섯 살에 알아버렸다.

유치원에 찾아온 아빠 산타의 변장이 너무 허술했다.

수염이 떨어지고 검은 머리카락이 보여서

진짜 산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어차피 환상이 깨진 거 지난 몇 년 동안은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직접 선물을 고르게 했다.

그랬더니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가 고른 선물을 따로 사서

예쁘게 포장한 다음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다.

더하여 아이가 모르는 간단한 선물도 준비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밤

트리를 걸어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

아이 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리라.


아이 몰래 선물을 준비하면서 무척 설레고 행복했다.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나 보다.

구 년 만에 부모의 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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