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오늘의 자체휴강 2
9월 중순이다.
요즘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라는 구절이 들어가 있다면 반드시 빼야 한다.
그런 교과서로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이 있다면, 그 푸른 새싹은 열매를 맺기도 전에 세상의 더러운 일면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진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교과서에 이런 거짓말이 있다니!
세상은 내 생각보다 더럽구나!
'분명 이런 깨달음을 거쳐서 변변찮은 어른으로 자라겠지...'
뜨거운 햇빛은 내 생각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점점 더 강하게 쏘아온다.
손그늘로 눈이라도 보호해 보지만 그다지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추위에는 강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더위에 약한 나는 강의실이 다른 건물에 흩어져 있게 만든 원흉을 강하게 원망 중이다.
대체 누가 '과목 코드가 같으니 인정해 준다'라는 이유 따위로 다른 학과 강의를 신청했을까.
벌을 줘야 한다고 머릿속에 재판이 열리지만
피고도 나고 판사도 나다.
이미 이 미칠 듯한 더위에 충분한 벌을 받았으니 사면해 주기로 한다.
어느새 강의실에 도착했다.
기후는 이미 9월을 여름의 영역으로 확장한 지 오랜데, 고리타분한 학교 시스템은 아직도 8월이면 여름이 끝난다고 생각하는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지 않는다.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 생각 말아야지. 편해지려고 하니까 불만이 생기는 거야. 그냥 아무 기대 없이 땀 줄줄 흘리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한결 편해진, 아니 한결 생각이 없어진 나는 멍하니 교수님이 오시길 기다렸다.
교수님이 오시고 강의실에 설치된 3개의 시스템 에어컨 중 1개가 켜졌다.
할 말은 많이 떠올랐지만 생각의 리소스를 아끼기로 한 나는 더위에 대해 사고를 멈추고, 강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강의 중에 잠시 잡담을 하셨다.
"때늦은 더위가 더 힘들죠"
정말 교수님이 1시간 동안 떠드신 내용 중 가장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 잠시간 교수님은 때늦은 더위에 관해 말씀하셨다.
나는 고개를 계속 끄덕끄덕 거렸다.
끄덕끄덕
꾸벅꾸벅
눈을 뜨니, 강의 시간이 반절이상 지나있었다.
교수님이 덥다는 얘기를 한 뒤로 기억이 없다. 하필이면 강의실도 반지하 같은 구조라서 습하고 더웠다. 찌뿌둥한 기분으로 눈을 떠보려 했지만, 이내 다시 눈꺼풀이 내려왔다.
눈을 뜨니, 강의 시간이 10분 남았다.
다음 강의를 떠올렸다.
절대 무리다.
이 더위에 저 먼 곳까지 이동해서 18시까지 수업을 듣는다고?
그럴 순 없다. 그래선 안 된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나는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줄줄 흐르는 땀으로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일단 집 가서 씻고 좀 쉬자. 다음 수업들은 자체휴강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을 틀고, 씻었다.
미열과 함께 눈두덩이에 통증을 느끼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