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키우면 하루하루 정신없지 않아요?”
“방학동안 셋 데리고 있느라 너무 힘들었죠?”
제가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예요.
그 질문 속에는
‘여유로울 수 없을 텐데’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그래서인지 제 일상이 비교적 차분해 보일 때면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곤 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힘들지 않은 엄마는 아니에요.
세 아이를 키우며 매일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고,
생각만큼 체력이 받쳐주지 않고,
마음이 흔들릴 이유는 충분히 많아요.
그런데도 제가 여유 있어 보인다면,
그건 삶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힘든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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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거 아닐까?’ 하고요.
지금의 편안한 생활 환경이
제 마음의 여유를 뒷받침해주는 것도 사실이에요.
숨 돌릴 틈이 있고,
하루를 조금 느리게 설계할 수 있는 조건은
마음의 여유에 큰 영향을 줘요.
그런 조건도 분명 중요해요.
하지만 동시에 확실히 느끼는 것도 있어요.
같은 조건 안에서도 얼마든지 더 불안해질 수 있고,
더 조급해질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여유는 조건이 만들어준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 조건 안에서 어떤 선택을 반복해왔는가의 결과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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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 보면
지금 당장 결과를 보고 싶어질 때가 많아요.
조금만 더 말하면 바뀔 것 같고,
지금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늦을 것 같고,
서두르면 앞서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조급함으로 밀어붙인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제가 말이 많아질수록 아이는 굳어지고,
제가 속도를 올릴수록 아이들과의 관계는 안좋아질 수 있겠더라구요.
반대로 제가 한 발 물러서고,
숨을 고르고, 조금 기다릴 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기 속도로 잘 자라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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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육아의 장점은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데 있지 않아요.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상처가 덜 남아요.
엄마의 스트레스가 줄고,
아이에게 전해지는 긴장도 줄어든다는 게 가장 큰 장점같아요.
아이들은 엄마의 말보다
엄마의 상태를 먼저 느끼니까요.
여유는 아이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엄마 자신을 지키는 선택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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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유로워질 수 있었던 이유를 돌아보면
그 중심에는 늘 몸이 있었어요.
요가를 하며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찾는 연습을 했고,
조깅을 하며 서두르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마음보다 몸이 먼저 나를 안정시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에게 여유는
머리로 만든 태도가 아니라
몸으로 쌓아온 감각에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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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렇게 글을 쓰고 나서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과 장거리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녹초예요.
좁은 차안에서 아이들은 시끄럽게 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 세 아이를 챙기며
저는 아이들과 하나라도 더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하는데 생각만큼 아이들이 따라주지 않았죠.
여유롭게 산다고 해서
덜 피곤한 건 아니더라고요.
육아는 여전히 쉽지 않아요ㅎㅎ
그래도 여유가 없는 저라면
‘이렇게까지 힘들 줄 알았으면 나오지 말껄’
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텐데,
지금의 저는
“그래도 오늘 무사히 잘 다녀왔다” 하고
오늘의 나들이에서 발견한 아이들의 새로운 점을
남편과 이야기 나누며 적어두었어요.
그러고 보니 여유는
타고나는 성격도, 특별한 조건도 아니라
조급해지지 않기로 한 선택이
하루하루 쌓인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완벽하게 평온한 엄마는 아니지만,
흔들려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감각을 아는 것.
이게 제가 조금은 여유 있는 엄마가 된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