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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ero Jan 28. 2022

ex에게 전화하지 말자

 Dua Lipa의 <New Rules>는 전남친의 연락을 받지 말아야 할 '띵언'을 소개한 '띵곡'이라 할 수 있다.


One: Don't pick up the phone
첫째, 전화받지 말 것

You know he's only callin' 'cause he's drunk and alone
그 XX는 취해서 혼자 있을 때 전화하는 거 알지?

Two: Don't let him in
둘째, 들이지 말라
You have to kick him out again
너 언젠간 또 그놈 내쫓아야 할 거야

Three: Don't be his friend
셋째, 친구가 되려고도 하지 마!
You know you're gonna wake up in his bed in the mornin'
안 그랬다간 아침에 걔 침대에서 일어나게 될겨........
And if you're under him, you ain't gettin' over him
그리고 그렇게 있다간.. 절대 걔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우습게도 이 곡을 부른 Dua Lipa가 전 남자 친구와 재결합을 하게 되며 비웃음을 산 일도 있지만, 어쨌든 이 곡에 나오는 가사는 그야말로 '명곡'임은 틀림없다.


 전남친에게 전화가 오는 건 뻔하다.


 이러쿵저러쿵 재결합을 하자느니, 사랑한다느니 해도 우리는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질 거다. 그런데도 그가 술에 취해 연락하는 건, 당장 오늘 밤 심심해서.


 "뭐해? 자?"


 도무지 모든 사람이 잘 시간에 자냐고 묻는 그 의중이 뭔지 궁금하다. 아니, 사실 묻지 않아도 뻔하다. 안 자면 나랑 놀자. 안 자면 나랑 얘기 좀 하자.


 내가 너무 비꼬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 당신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당신을 제외한 모든 ex는 같은 생각을 한다.


 마찬가지로 여자도 '잊지 못할 남자'에는 크게 두 분류가 있겠다.

 나를 너무 사랑해 준 그 모습을 잊지 못했거나, 사랑했던 그 밤이 절대 잊히지 않거나.


 여하튼 어느 쪽이 되었더라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 기분 더러운 쪽일 건 아무래도 확실하다.




 헤어진 다음 날부터 며칠간은 죽을 것만 같았다.

 이 사람이 없는 내 인생은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별안간 사라진다. 그걸 우리는 '이별'이라 부르기로 했다.

 

 우습다.

 어제까지 사랑을 말하던 입술이 있었는데, 내일이 되면 우리는 서로 죽은 사람만도 못한 취급을 한다.

 '안녕'이라는 안부 인사마저 않고, 어쩌다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되면.. 귀신을 본 것보다 더 놀라서 더 못 본 척한다. 마치 귀신을 알아보면 나에게 따라붙는다는 전설처럼, 전여친이나 전남친을 알아보면 세상에 모든 악귀가 다 들러붙는단 듯이, 존재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양 당황하지 않은 척 모른 척 일관한다.


 술을 마시고 밤이 깊어지면 나는 그를 생각한다.

 아침이면 후회할 문자를 남긴다.

 "혹시 자?"


 그가 내게 답장을 한다면 이유는 정해져 있다.


나한테 아직도 미련 있다는 걸 괜히 확인하고 싶다 (다시 만날 생각은 없으면서)

나도 술 취한 상태라 심심하다

진심, 이 자식이 왜 연락했나 궁금하다

아주 적을 가능성으로, 그리고 마음이 맞닿아서, 당신을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고 싶다


 미련이 있는 우리는 보통 마지막 문장에 희망을 건다.

 그(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일지 몰라.


 하지만 내가 연락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건, 그럴 사람이었다면 당신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나는 그렇게 오늘도 메시지 전송 버튼을 참는다.

 한편으론 마지막 문장 그 적을 가능성에 목매어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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