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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fJesse Jul 13. 2023

단독주택에 어울리는 사람 유형

단독주택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의 구독자 중에 [리나]님이 '일이 많은 만큼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게 많긴 하죠?'라는 질문은  짧지만 고민을 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짧은 댓글로는 충분한 답변을 하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답변을 대신한다.


나는 단독주택의 장점보다는 공동주택의 단점 때문에 단독주택을 선택하였다.


    어쩌면 나는 단독주택의 장점보다는 공동주택의 단점 때문에 단독주택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성향은 경제학 용어로는 'risk avoider', 즉, '위험을 회피하는 사람'이다. 이상한 사람이 내 옆집, 윗집, 또는 아랫집에 이사 오는 것에 대한 위험, 오른 가격에 매입한 아파트 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 내가 매입한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취약한 아파트 일 수 있다는 위험, 본의 아니게 우리가 층간소음 등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위험 등 이 위험들을 나는 회피하고 싶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가지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나는 학교를 다닐 때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기회비용의 학문적 의미는 '어떤 재화의 용도 중 한 가지 만을 선택한 경우, 포기한 용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평가액'이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도 이 학문적 의미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가 많이 어렵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개념을 쉽게 정의해 보면, 기회비용은 '내가 무엇인가를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가치'를 의미한다. 아파트와 단독주택 중에 단독주택을 선택했다면 아파트가 기회비용이 되는 것이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가지는 특징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가지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무엇이 더 가치가 높다라고 객관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단독주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만한 사람들의 유형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내 성격은 다소 예민한 측면이 있다. 집중을 해야 할 때 소음이나 신경 쓰일만한 요소가 있으면 스트레스 지수가 굉장히 높아진다. 예를 들면, 내가 방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거실에서 아이가 재미있는 일이 있는지 깔깔대며 웃으면 아이가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리려 해도 이게 잘 안된다. 카페에서도 옆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대화를 하면 집중력이 0에 가까워지고 앉아서 아무것도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많다. 일만 못한 채 시간만 보내면 괜찮을 텐데,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 개인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다.


    뒤돌아 생각하면, 아파트에 살 때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개인적인 공간인 서재에 있더라도 밖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편하게 쉬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직장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 집에 돌아와서 편히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렵다 보니 아내와 아이에게도 최선을 다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아내는 아내 대로 하루종일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남편이 오면 좀 쉬나 했는데 내가 큰 도움이 못되니 여간 불만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내는 윗집 아이가 뛰어노는 뛰어노는 소리에 꾸준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 아이도 크면 위층 아이처럼 뛰어 놀텐데 하면서 조금만 참자고 설득해도 올라오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참다 참다 더 이상 참기 어려워서 화가 난 아내 대신 내가 위층에 양해를 구하러 갔는데 위층 아이 엄마가 '아이가 좀 뛰어놀 수도 있지'하며 막무가내로 나오니 내가 더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우리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밑 층 사람들도 이 소리 듣기 싫겠지 싶어서 매번 이런저런 선물을 사들고 미안하다며 찾아갔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밑 층 분들은 괜찮다며 이런 거 안 줘도 된다고 했지만, 마음이 영 불편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도 발등으로 걷지 말고 발꿈치를 들고 걸으라고 계속 주의를 줬었다. 훗날 이게 원인이 되어서 그런지 아이의 걸음걸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어서 정상적으로 다시 걸음걸이를 고치는데 1년이 넘게 걸렸고 아직까지도 계속 발걸음을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문제로 걱정을 많이 하다가 대학병원에 있는 소아재활의학과까지 다녔었다.


아내는 생선을 좋아하면서도, 옆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는 싫다며 계속 뭐라고 했다.


    아파트에 살 때 아내는 근처에서 나는 담배 냄새, 옆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 등 냄새에 민감해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내도 생선을 좋아하면서도, 옆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는 싫다며 계속 뭐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그리고 우리 아래층에는 치매가 있는 할머니가 혼자 사셨는데 문득 그 할머니가 가스레인지에 불은 잘 끄실까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걱정이 비정상적이게 보일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걱정이 많던 시간이었다.


    2019년도 초 아파트 값이 오르기 전에, 이제 전세로 그만 살고 우리 집을 사자고 마음먹었을 즈음에,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문제가 터졌다. 거실에 있던 화장실 천장에서 심한 누수가 발생을 했던 것이다. 윗집의 하수관이 터진 것으로 보여서 윗집에 올라가서 문제를 설명했더니 윗집에 살던 세입자는 자기 화장실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느긋하게 주인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하필이면 그다음 날에 강릉으로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지 생각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고쳐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여행 가기로 한 날에 갑자기 윗집 세입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윗집 화장실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이 계속 넘쳐서 당장 조치를 해야겠다며 난리 난리를 쳤다. 재미있는 것이, 우리 집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고 하니까 천하태평하더니 자기 집 화장실에서 역류가 발생하니 당장 고쳐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자 했고, 잠시 후 수도 전문 업체가 우리 집으로 온갖 장비를 가지고 들어와서 오물이 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이때였던 것 같다. 공동주택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그래서 정리를 하자면, 아래와 같은 성격의 경우 단독주택이 적합할 수 있다.


    1. 소리에 민감해서 층간소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2. 남에게 손해를 끼치기 싫고, 나도 피해를 입기 싫다.

    3. 부가적인 일이 많더라도 나만의 자유를 확보하고 싶다.

    4. 높게 오른 아파트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그래서 [리나]님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단독주택에 살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즐거움은 사실 내가 우려했던 위험을 회피하면서 얻게 된 반대급부이다. 따라서, 본인의 성향에 따라 나에게 더 높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회피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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