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장벽

겨울 문턱에서 흔들리는 피부

by 애나 강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
빛을 잃은 나뭇잎처럼
내 피부도 계절을 닮아간다.

아침 햇살 아래
피부결은 어느새 까슬하게 일고
손끝에 닿는 감촉은
마른 바람의 숨결처럼 거칠다.

하얗게 일어나는 버즘은
겨울이 가까워졌다는
작은 신호처럼 번지고
점점 얇아지는 피부는
나를 감싸는 마지막 얇은 문장 같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몇 번씩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덮어본다.
조용히 온기를 얹어주듯
“괜찮아, 조금만 더 버텨줘”
속삭이는 마음으로.

보습 크림 한 겹,
따뜻한 찜질 수증기 한 줄,
충분한 물 한 잔 같은
사소한 다정함들이
무너진 장벽 위에 작은 벽돌이 되어
다시 나를 세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상처받는 건
늘 겉에 있는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는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묵묵히 나를 감싸준다.

겨울 문턱 앞에서 나는 안다.
피부 장벽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매일의 나를 끌어안는
작고, 단단한 용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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