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토록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유.
토익 700, 수능 3등급 이상이지만, 영어회화는 젬병인 독자에게 최적화된 글입니다.
"해외여행 가서 자유롭게 말하고 싶어서. “
”회사에서 영어 쓸 일이 많아서 “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 “
”그냥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
“왜 영어회화를 공부하시나요?”에 대한 전형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목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그래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떤 자료로,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발음부터 고쳐야 하나? 문법을 다시 공부해야 하나? 요새 미드가 유행이라는데, 어떤 미드로 공부해야 하지?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그래야 그만큼 세부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늘은 영어 회화 학습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도록 하겠다. 그것도 딱 한 단어로 말이다.
FLUENCY! 플 루 언 씨!
"어느 항구로 가야 될지 모른다면, 무슨 바람이 도움이 되랴"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문제점부터 분석해보자. 우리는 영어 회화에 있어서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영어 발음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영어의 리듬으로 불리는 인토네이션 역시 어색하다.
문법은 어떠한가? "왜 영어 회화만 유독 못할까요?"에 대한 흔한 답 중 하나가 "문법적으로 틀릴까 봐요"이다. 문법을 신경 쓰지만, 막상 내뱉으면 기본적인 문법도 틀린다.
우리는 발음, 인토네이션, 문법, 단어, 표현 등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급한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큰 걸림돌일까? 실제 예시를 통해 체감해보자. 아래 한국어를 직접 영어로 말해보자.
나는 이틀 전에 OPIC 시험을 쳤다. 요새는 취업하거나 승진하는데 토익보다는 OPIC이 더 중요하다. 들리는 말로는, 원어민들이 하나하나 듣고 녹음 파일을 채점한다고 한다. 오늘 출근길에 성적을 받았다. 결과는 불행하게도 썩 좋지 않았다.
*시험 치다 take a test / 승진하다 get a promotion / 하나하나 one by one / 채점하다 grade
I took an OPIC test 2 days ago. OPIC is more important than TOEIC to either get a job or get a promotion these days. From what I heard, English Natives listen to every recording file one by one and then grade the test result. I got a score on my way to work. The score was unfortunately not that great.
하지만 이 글의 독자 여러분. 토익 700에 준하는, 나름 영어 중급자 여러분. 우리는 결코 위와 같이 영어를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영어 스피킹을 하는 전형적인 모습은 아래와 같다.
I take.. 아... took a OPIC test... 2 days ago. I think OPIC is more...more... important TOIEC...아 than...than TOEIC (either 절대 못 씀) to... to... get a job or.. or... get a... 아 뭐였더라.. 아! promotion these days. Um....From what I heard, I think... I think... English Natives listen... listen to... to every record file.... one by one?? and then, and then, grade the test result. I had... took???... I got score.... when.... on! on my way to work. The score was really... really.... unfortunately not that great.
공감하는가? 사실 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언급조차도 안 했다. 위 예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 Full sentence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 단어 중간중간에 Pause가 너무 많다
∙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 매끄럽지 못하다
∙ 버퍼링이 지나치게 길다
∙ Um.. Ah... 가 너무 많다
∙ 너무 버벅댄다
우리가 가진 최악의 문제는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거북이처럼 느려 터졌다는 점이다.
그럼 왜 느려 터진 스피킹 속도가 가장 큰 문제점일까? 발음도 중요하고 문법도 중요하고 표현도 중요하지 않은가? 우리가 영어 스피킹을 공부하는 목적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학교 영어 수업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고 토론하기 위해서
∙교환학생 가서 팀플 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서
∙자신 있게 영어로 발표하기 위해서
∙세미나, 네트워킹 모임에서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회사 컨퍼런스 콜, 영어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하고 싶어서
∙여행 가서 다양한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며 이야기하고 싶어서
위 목적의 공통점은? 한 마디로 영어 Communication이다. 나이, 상황, 영어 사용 빈도에 상관없이 영어 스피킹을 학습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이다.
두 가지 상반된 케이스를 비교해 보자. A는 발음, 인토네이션이 좋고 단어와 원어민 표현도 많이 안다. 그러나 영어로 말하는 속도가 느리다.
반면에 B는 문법적 실수도 많이 하고 발음도 콩글리시이지만 버벅대지 않고 속도감 있게 말할 수 있다.
단적으로 묻겠다. A, B 중 누가 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할까? 단연코 B이다. 그 어떤 다른 문제점보다 속도 개선이 먼저 다뤄져야 하는 이유이다.
기다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우리처럼 느리게 말하면 상대방은 어느 순간부터 당신과의 대화를 피할 것이다. 아니 우리 스스로 먼저 피할 것이다. 민망하고 미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따라서 우리는 회화 학습에서 최고 목적을 Fluency 향상으로 잡아야 한다.
Fluency란 '영어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버벅거리지 않고, 막힘없이 술술 영어 문장을 만들어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능력이 Fluency이다.
왜? 다른 게 떨어져도 Fluency가 높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Fluency의 2가지 특성을 살펴보자.
1. Fluency는 오로지 속도에 대한 개념이다.
Fluency는 나머지 영어 요소와 독립적이다. 다시 말해, 발음을 개선한다고, 단어를 더 많이 외운다고 해서 Fluency가 향상되진 않는다. 다음과 같이 가정을 해보자.
∙ 원어민 발음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 표현을 배웠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어민 표현을 배웠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법을 배웠다.
위 모든 가정이 충족되면 갑자기 영어를 속도감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말하기 속도는 여전히 느리다. 1도 개선되지 않는다. 위 예시를 한 번 더 보자.
나는 이틀 전에 OPIC 시험을 쳤다. 요새는 취업하거나 승진하는데 토익보다는 OPIC이 더 중요하다. 들리는 말로는, 원어민들이 하나하나 듣고 녹음 파일을 채점한다고 한다. 오늘 출근길에 성적을 받았다. 결과는 불행하게도 썩 좋지 않았다.
*시험 치다 take a test / 승진하다 get a promotion / 하나하나 one by one / 채점하다 grade
아래 참조 단어를 참고한다면, 위 예시에서 모르는 단어, 문법이 단 하나라도 있었는가? 아니다. 이미 필요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다. 오히려 리딩 수준에서는 위 예시는 우리에게 쉽다.
여기서 원어민 표현을 익힌다고, 인토네이션 개선을 한다고 말하는 Fluency가 올라갈까? Fluency와 다른 영어 요소는 완전히 독립적이다. 이쯤 되면 여태까지 헛공부 해왔다고 느끼시는 독자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2. Fluency는 정도의 개념이다.
Fluency는 높다 또는 낮다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어느 정도 높고 낮은 가로 평가해야 하는 연속적인 척도이다.
영어 문장을 아예 만들지 못하면 Fluency 0%, 원어민 속도로 만든다면 Fluency 100%라고 치자. 그럼 우리의 Fluency는 이 사이 중 어디쯤 위치하는가로 측정됄 수 있다. 그리고 % 는 문장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된다.
위 OPIC 예시 문장을 영어로 말하는데 걸린 시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Fluency를 측정할 수 있다.
*[영어 문장을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
[100초] → Fluency 10%
[50초] → Fluency 50%
[25초] → Fluency 80%
[15초] → Fluency 100 % (원어민 속도)
따라서 Fluency 향상이라는 목표는 과거보다 말하는 시간이 얼마나 빨라졌는가로 측정될 수 있다. 물론, 정확히 몇 초, 몇 % 개선되었는지 수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말하는 속도는 본인이 체감할 수 있으므로 분명 측정 가능한 지표이다.
정리하자면, 필자가 정의하는 Fluency는 '단어적, 문법적으로 조금 틀리고 발음이 부정확하더라도 문장을 속도감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당분간 나머지는 깡그리 무시하고 Fluency 향상에만 집중해야 한다.
Fluency 빼고 모든 게 완벽한 A보다 Fluency만 완벽한 B가 우리의 첫 번째 목표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A는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B는 어쨌든 당장에 영어로 면접을, 회의를, 발표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Communication 관점에서 A보다 B가 훨씬 더 영어 스피킹을 잘하는 사람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첫 째도, 둘 째도 Fluency부터 향상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다른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단어, 표현, 발음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말하는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선의 Fluency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다른 요소들은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
일단 당장에 영어로 말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여러가지 자료와 방식으로 영어회화 학습을 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말하는 속도가 향상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 헛 공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애초에 목표 설정부터 잘못했다. 일단 Fluency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발음 개선, 원어민 표현, 고급 어휘 암기 학습이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에 무용지물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Fluency만 파도 어려운 판이다.
영어 리스닝 358일 매일 들어본 결과
https://www.youtube.com/watch?v=f4lGg5gC9M0
2시간 원데이클래스 <영어회화 로드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