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ish May 24. 2019

직장 평판이 무너진 당신을 위한 글

시간은 기필코 평판을 회복시켜준다, 아직 당신에게 기회와 의지가 있다면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에피소드 하나. 신입사원 시절 이른바 구악(舊惡) 선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직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는 A 선배입니다. (※당신에겐 존경하지 않지만 고마운 선배가 있나요.)


A 선배는 구악이란 점 뿐 아니라, 매우 안 좋은 특징이 또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빅마우스(※직장 내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란 점이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하거나,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언행이 나타나면, 그는 이를 '뉴스'로 가공해 회사 곳곳으로 퍼트립니다. 신입사원으로 제가 받았던 스트레스는 실로 어마어마했지요. '이제 내 사회생활은 끝날 걸까'라는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제 직장은 보수적인 문화로 유명했지요. 수직적인 회사 구조에서 타 부서 선배나 동료들에게 제 고충을 털어놓을 방법이 없다보니, 마치 홀로 남은 듯한 외로움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 몇 개월 만에 "저 친구 능력이 별로라네" "신입사원 태도가 안 좋나봐"라는, 제 의지와 크게 상관없었던 부정적 평판을 들었을 때 제 참담함 실로 컸지요.


이처럼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부정적 평판으로 인하여 괴로움을 겪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업무 태도나 업무력이라면 모를까, 후배를 대상으로 험담을 쏟아내는 A 선배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는 판이니 감정적으로 참 힘들었지요.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직장 평판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 태도(인성), 업무력, 그리고 사람이지요. (물론, 세 가지 변수는, 대부분 연관돼 있습니다.)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업무 태도(인성)와 업무력은 내 의지로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지만, 누구(사람)를 만나느냐는 내 의지와 상관없지요. 그렇다면 사람으로부터 찍힌 낙인은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요? 일단, 본인이 업무 태도와 업무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말씀드리겠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사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1년차 기준으로 내가 직장, 혹은 거래처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10명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때 나를 긁는 사람은 A 선배 1명이라고 가정하지요. 그 1명이 나머지 9명에 끼치는 영향력은, 사실 결코 적지 않습니다.


A 선배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한다고 해서 9명 전원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진 않겠지요. 하지만 내 자신보다 A 선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 4~5명쯤은 A 선배라는 '기준'을 통해 제 평가를 내려볼 수 있습니다.


다행인 점은, A 선배와 평생 함께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2년차 때 내가 마주하는 사람이, 1년차까지 포함해 20명이라고 가정해볼까요. A 선배라는 '1명' 외로, 잔여 인원은 이제 19명입니다.


만약 1년차에서 2년차로 넘어오면서 내 업무력이나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나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를 할 사람은 1명(A 선배)에서 2명, 혹은 3명 이상으로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앞서 가정했듯이 내 업무력과 태도가 개선된다면, 나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사람은 1명(A 선배)으로 남습니다.


그럼 나머지 19명 저에 대한 여론은 자연스레 희석되지요.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3년차 때 30명, 4년차 때 40명으로 직장 지인이 누적 증가하는 가운데 나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1명(A 선배)뿐으로 남는다면, 어느새 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나열하는 이유는, 직장인으로서 내 자신이 업무력이든 인성이든 꿇릴 게 없다면, 장기적으로 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매우 제한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업무력과 인성이 안 좋은 상태에서 유지되어, 연차가 들어도 부정적 평판이 계속되는 직장인도 적지 않지요.)


신입사원 시절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내 평판에 기스가 났더라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저 내 안의 작은 혹일 뿐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연륜이 높아질수록, 내가 포용해야 하는 사람과 상황은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개선 능력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간이 당신의 평판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A 선배로부터 시달리던 저는 이듬해 인사 이동 되었습니다. 열심히 실력을 쌓은 끝에 여러 포상을 받게 되었고, 얼마 안 돼 경쟁사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이직을 하게 됩니다.


나름 해피 엔딩인가요?

이전 17화 퇴사와 이별은 하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