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려 대학생 시절을 생각해보자. 수많은 직장인 가운데 "대학 시절 내가 간절히 희망하던 전공을 공부했다"고 말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 때 문과 혹은 이과로 나뉘어서 점수에 맞춰 대학 전공을 '골라야 했던' 사람도 수두룩하다. 즉, 대학 이름 때문에 적성에 안 맞는 전공을 골랐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개중엔 추후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 형태로 자기가 더 공부하고 싶던 전공을 경험해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개는 취업 전선에 신경쓰며 '공부하고 싶은 과목'보다 '학점 따기 쉬운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많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나이와 공부'다.
난 대학 시절 전형적인 문과였다.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경제학과는 점수를 낮게 주기로 유명했다. 전공을 고를 때 굳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더라도 낮은 학점을 감당하기는 싫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또 다른 문과 전공을 택하게 되었다. (추후 대학원에서 다시 경제학을 고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실 현재의 학생들도 상황은 20대 시절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20대 대학생 시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바로 학점 관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높은 학점에 치중하다보면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내가 하고 싶어하는 공부를 못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수학 과목을 듣고 싶다고 치자. 그런데 이 강의엔 이공계 학생들도 많고, 상대평가이다. 과연 A를 받기가 수월할까?
반대로 내가 좀 흥미가 덜 가는 문과 과목이 있다. 내 학문적 발전엔 큰 도움은 안되겠지만 여기선 제가 A+를 받을 자신이 있다. 자, 이렇게 두 과목이 있다고 쳤을 때, 당장 취업을 앞두고 학점을 비롯해 스펙을 높여야 한다면 무슨 과목을 들어야 할까? 당장 취업이 급한데, 학점을 낮춰가면서 어려운 과목을 수강할 학생은 얼마나 될까?
30대의 공부가 다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어딘가에 취업해서 돈벌이를 하게 되면, 내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함으로 인해 발생할 불이익을 걱정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학원에서 어려운 선형대수학 과목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당연히 A+를 받으면 기분은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난 정말 선형대수를 공부하기 위해 그 과목을 들은 거지, A+를 받지 못 했다고 내가 볼 불이익은 없다. A+를 받았다고 커리어에 별다른 이득이나 해가 되는 건 아니니 그저 수업을 듣는 동안 충실히 공부만 하면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20대 때 이런 과목을 듣기 어려웠던 이유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출발선이 늦어서 그런 것것이다.당시의 우린, 그저 취업을 위해서 전략적인 수강 신청을 했을 뿐뿐이다.그래서 현재의 30대 들어 우린, 뒤늦게나마 과거 했던 공부에 잘 매진할 수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30대의 공부는 학점이나 취업의 걱정 없이 내 인생과 커리어를 위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