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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sh Sep 24. 2023

30대 중반, 직업을 바꾸려는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선배. 저는 ☐☐일보에서 일하는 이서연(가명) 기자라고 합니다. 혹시 커리어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내가 결코 '선배'인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기자들이 나에게 티타임을 요청할 때가 있다. 분기에 한 번 정도 이런 일이 있는데, 아마도 내가 '전직'이 기자여서 그런 거일테다. 막상 만나면 이들의 레퍼토리는 대개 비슷하다. '기자를 몇 년 하다보니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이건 비단 기자 직종의 얘기만은 아니다. 대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공무원 등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다니던 곳을 그만두거나 직종을 전환하려는 것은 뉴스이든 내 주변이든 숱하게 많이 봤다. 내 코가 석자라지만, 가끔 직업을 바꾸(려)는 이들을 만나면서 내가 든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직업을 바꾸려면 최대한 빨리 바꾸는 것이 좋다.


'전(前) 직업'으로 떠나 보낼 직업 경험은 최대 5년 정도가 적절하다. 만약 5~10년을 채우게 된다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내 첫 직업에 따른 경로 의존성이 생긴다. 직종, 직무, 업종에 따라 '기자 출신', '인사 출신', '컨설팅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끝까지 따라다니는 것이다. 1~2년은 조금 애매한 감이 있지만, 3~5년 정도라면 어느 정도 그 직업에 대한 경험은 있다고 보는 게 좋을 듯하다.


2. 적성을 '유지'해야 한다.


직업을 바꾸기 전에, 제2의 직업이 나의 적성을 잘 살려줄 것인지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직장인에게는 적성 뿐 아니라 돈, 워라밸 등 다양한 요소가 중요하긴 하지만, 특정 직무나 업무가 정말 좋아서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직업 바꾸는데 있어 적성을 정말 잘 생각해야 한다. 힘겹게 직업을 바꿔 돈도 많이 벌고 워라밸도 좋은데 '내가 이 일을 왜 하지?'라는 의구심이 들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직업을 바꾸려는 이들 중 몇몇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 직무 환경 부담 등 직업 본연의 기능과 무관한, '환경적인 요소'로 직업을 바꾸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 직무 환경 부담 등의 요소가 없었다면 기존 직업을 잘 하고 있었을 이들이다. 이런 환경에 놓인 이들은 전직에 있어 적성을 잘 고민해야 한다.


3. 바닥부터 시작하는 도전정신을 만들어야 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나에게 커리어 고민을 묻는 이들 중에 실제로 전직을 시도하는 이들은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새로운 도전을 머뭇거리는 이유는 이직에 대한 에너지 소모, 금전적 비용 발생 등 다양하겠지만, 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전직을 한다는 것은 기존 직업을 통해 쌓아놓은 역량과 평판, 네트워크를 일부(혹은 상당히)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제2의 직업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특히 30대 중반의 나이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특이한 것은 전직을 접은 이들 중 상당수는 오히려 현재 직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자세로 바뀌기도 한다. 이를테면 원래 있던 직장에서 연차가 되어 승진하거나 입지가 높아질 경우 오히려 현 직장에 대한 애사심 혹은 애정이 높아지며, 이러한 심리가 새로운 도전을 접게 되는 것에 따른 아쉬움을 일정 부분 상쇄하게 되는 거 같다. (이러한 심리에 대해선, 추후 다른 글에서 자세히 써보고자 한다.)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든, 현 상태를 유지하든, 무엇이든 개인의 선택이고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분명항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과 (훗날의) 아쉬움도 분명히 본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리스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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