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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Aug 16. 2016

능소화 / 유리안

담장을 넘는 소리




주홍빛 환희야.

여름날의 부귀영화야.


툭 툭, 담장을 물들이는 소리.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다, 꽃송이째 떨어지는 여름의 제물. 동백의 낙화보다는 작고 물봉선보다는 큰, 누가 들었을까 그 소리. 세상 여러 꽃을 두고 예쁘다 곱다 해도 소용없다. 모든 꽃은 아서라, 여름꽃의 으뜸은 능소화라.


멀리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다. 도시의 콘크리트 담벼락이든 허름한 시골집 울타리든 낯을 가리지 않아 더 친근한 꽃의 퍼즐.


매일, 같은 길을 지나다니면서 능소화와 놀아보자. 어느 날은 초록초록한 잎과 발그레한 꽃의 자태에 빠져보다가 또 어떤 날은 꽃술의 유희를 한껏 즐기다가 잎자루 끝 대롱대롱 달린 대롱의 위트에 재미난 표정을 지을 때쯤, 여러 날 담장 아래를 붉게 물들인 장면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아마 당신은 이렇게 탄성을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아,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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