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는 소리
주홍빛 환희야
여름날의 부귀영화야
툭 툭, 담장을 물들이는 소리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다 꽃송이째 떨어지는 여름의 제물
동백의 낙화보다는 작고 물봉선보다는 큰, 누가 들었을까 그 소리
여러 꽃을 두고 곱다 해도 소용없다 모든 꽃은 아서라, 여름꽃의 으뜸은 능소화라
멀리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다
동네 콘크리트 담벼락을 훌쩍 넘어 대롱대롱
시골집 울타리에도 한아름, 낯을 가리지 않아 더 친근한 꽃의 퍼즐
매일, 같은 길을 지나다니면서 능소화와 놀아보자
어느 날은 초록초록한 잎과 발그레한 꽃의 자태에 빠져보다가 또 어떤 날은 꽃술의 유희를 한껏 즐기다가
잎자루 끝 초롱초롱한 대롱의 위트에 재미난 표정을 지을 때쯤, 여러 날 담장 아래를 붉게 물들인
장면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아마 당신은 이렇게 탄성을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아,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