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안다

다행이라 여겼다

by 쓴쓴

낮밤이 바뀐지가 너무 오래였다. 해가 뜨면 졸렸고 날이 어두워지면 각성제를 마신듯 깨어났다. 하루아침에 몇 년의 습관을 뒤바꾸는 기적을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너무하다. 진한 커피 향이 부유하는 자리에 앉아 카페인이 듬뿍 녹은 뜨거운 물을 마신 채로도 노곤한 상태가 매한가지라니.


거기에다가 배가 아픈지 하루이틀밤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겼을 거라 생각했지만, 병원을 다닌지 얼마 되었으니 금세 방도를 찾을 거라 여겼다.


바뀐 밤낮을 방치한지가 이 년이었고 복통도 일 년이 다 되었다. 그리고 반 년의 시간이 지나고 볼 수 있는 내시경 검사를 다 치르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 뿐이었지 도통 나의 몸 상태는 알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한 친구에게서 정신건강의학과 진찰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우연히 팟캐스트에서 신체화 증상에 관해 접했다. 역설적인 상황인 듯 보였지만, 어떤 직관이 찾아왔다. 나도 어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벌써 삼 개월 째 정신건강의학과를 통원하고 있다. 의사의 판단은 신체화 증상에 우울증이라는 소견. 약을 먹으면 거짓말처럼 배를 찌르던 아픔이 가신다. 밤마다 들락거리던 화장실도 이젠 낯설어졌다.


아픈 마음을 참으면 몸이 대신 아프다더니, 요즘은 그 말을 굳게 믿게 되었다. 앓던 증상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인 줄로만 알았던 과거의 나를 한심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세상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는가 하고 재차 질문할 뿐이었다.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다. 세상에 난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더 알게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