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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PD Jul 02. 2020

전동 킥보드 출근

재밌고 빠른 것에 대한 유혹

#막연한 동경

집이 마포 쪽이라 홍대, 상수, 합정 쪽에 갈 일이 많은데. 젊은이들이 힙한 차림에 힙한 아이템을 장착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사실 아직도 힙하다는 수식어가 정확히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세련되고 멋지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전동 킥보드에 힙한 차림의 선남 선녀 한쌍이 같이 타고 가는 걸 보고 정말 쌍-엄지척하고 보여주고 싶었다. 둘 다 적정 체중보다 잘 관리된 마른 체형에 그러니까 둘이 함께 탈 수 있는 듯 얼마나 예뻐 보이던지...

#첫 경험

그래서 언젠간 나도 타야지 용기 내서 타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타게 된 것이다. 집이 있는 광흥창역에서 신촌 세브란스 병원까지 이동하려면 자가용이 가장 편하고 택시는 5,000원 이상 지불해야 하고, 버스는 1,300원으로 저렴하지만 한번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공유 킥보드인 킥고잉을 처음으로 시도해봤는데 너무 흡족했다. 버스와 택시의 중간쯤에 있는 저렴한 요금과 부드럽고 경쾌한 속도에서 오는 즐거움은 자전거와 차원이 달랐다. 이 좋은 걸 왜 여태껏 안 탔을까.

나의 킥고잉 첫 이용 내역(광흥창역-신촌 세브란스

#장점 vs #단점

전동 킥보드는 불한당이다. 자전거는 페달을 발로 밟아야 하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전동 킥보드는 전기 모터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동을 할 수 있다. 근력을 사용하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이용하면 짧은 거리도 걷지 않게 돼서 운동 부족이 될 수도 있다.


전동 킥보드는 크기가 작다. 막힌 도로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세련됐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도로에서 잘 보이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심지어 현재는 교통법상 차량으로 해석되어, 차도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 접촉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탑승자를 막아줄 어떤 보호 장치도 없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전동 킥보드는 쉽다. 킥보드는 액셀레이터 레버, 브레이크 레버 혹은 발판 브레이크로 이뤄져 있다. 가고 서는 것만 이해하면 자전거보다 쉽다. 쉬운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서 장롱 면허, 초보 면허처럼 그냥 면허증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상황에 경험이 부족한 사용자가 많다. 초보 이용자에 의한 사고 발생 위험이 있다.


전동 킥보드는 빠르다. 현재 시중에 나온 제품들은 보통 25 km/h 정도의 속도를 내는데. 이 정도면 시내에서 단거리를 이동할 때 충분한 속도다. 빠른 만큼 위험하다. 전기모터의 순간 가속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속도 감각을 익히기 전에는 무조건 천천히 다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전거보다 바퀴가 작아서 도로 턱과 이음매에 쉽게 걸려서 넘어지기도 한다. 이때 헬멧을 착용 안 했다면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머리 부분에 부상이 잦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모선배도 도로 연석에 걸려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쳤었다. 물론 헬멧 미착용이었다.


전동 킥보드는 싸다. 공유 킥보드를 사용한다 쳐도 싸고 구매를 한다 해도 싸다. 구매를 하는 경우 40~80만 원 선으로 훌륭한 제품이 많고. 자동차와 다르게 자동차세, 통행료, 주유비, 보험료, 수리비 등이 없거나 현저히 적다. 유지비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경우. 충전을 밤 시간대에 한다면 전기료는 한번 더 절약될 것이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많이 팔리는데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인증되지 않은 직구 제품인 경우 전기 충전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중국산이어도 한국에서 정식 검사받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구매 결심

자전거도 아닌 것이 오토바이도 아니고 사실 전동 킥보드는 아직까지는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다. 오토바이처럼 차량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12월 10일부터 무게 30kg 미만의 전동 킥보드라면 자전거도로로 다닐 수 있다. 일반 자전거와 같은 취급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전국에 잘 닦여있는 자전거 도로를 다 이용할 수 있으니 희소식이다. 구매 결심을 앞당긴 소식이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는 3킬로미터 남짓. 승용차로 가면 13분. 걸어가면 40분이 걸린다. 킥보드로 가면? 15분이 걸린다. 오잉?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제 인터넷 쇼핑만 하면 된다. 입문용으로 가장 많이 추천하는 제품은 세그웨이 나인봇 ES2다. 이름이 왜 이렇게 긴가 하면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의 선두주자 "세그웨이"라는 회사를 중국 회사 "나인봇"이 인수해서 이제 "세그웨이 나인봇"이 되었기 때문이다.

좌: 세그웨이에서 개발한 세그웨이(2001년) / 우: 내가 구매한 세그웨이 나인봇 es2


나인봇 ES2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저렴해서였다. 인터넷 가격으로 보게 되면 39~45만 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어차피 다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니 가격과 배송비를 감안해서 선택하면 된다. 또 다른 선택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출력의 한계 때문이었다. ES2는 최고속도 25km/h, 이동거리 20km로 속도와 거리에 한계가 있는 단거리 용이다. (완충 시 75kg 하중, 25도, 최대 60%의 주행, 평지 테스트 기준)


앞서 얘기했듯이 맨몸으로 타고 달리는 장치이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속도라는 것이 달리다 보면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를 갈구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쁘게 말하면 성능이 덜 좋은, 속도 한계가 있는 모델이 좋다고 판단했다.


#전동 킥보드 첫 출근


첫 출근 기록

전동 킥보드로 출근하는 것은 매우 쑥스러운 일이다. 아직까진 눈길을 끄는 소수의 탈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신기해하거나 불편해하거나 부러워하거나 한 눈빛이다. 넥타이 부대 아재들에겐 신기할 것이고 인파가 많은 곳에서 비집고 지나가면 불편할 것이고 출근길이 무료한 사람에겐 부러울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 덕분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위 지도에서 보면 알다시피 이동 거리의 50%가 서강대교(길이 1.32km) 직선 코스다. 그래서 출근길에 큰 위험 요소는 없다. 차와 사람이 섞인 도로를 달려야 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한산한 길이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출근길 대부분이 한강을 달리는 길이기 때문에 경치도 좋고 기분도 상쾌하다. 창문을 열고 차로 다닐 때와 또 다른 상쾌함이다.


#아쉬움

제원상 이동 거리가 20km라고 되어있지만 탑승자의 체중과 도로 상태, 등판 각도에 따라 그 거리는 더 짧아진다. 회사와 집의 거리는 3.7km 정도인데 왕복으로 7.4 킬로 정도다. 실제로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배터리 잔량은 35%였다. 편도로 한 번 더 갈 수 있는 수준의 잔량이 남는 것이다. 대충 계산해보면 겨우 11km 정도를 다닐 수 있는 정도인 셈이다.


속도는 그렇다 쳐도 이동 거리가 많이 아쉬운 제품이긴 하다. 그래서 추가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는 옵션을 마련했다. 추가 배터리는 11~15만 원 선으로 가격이 형성되어있다. 추가할 경우 이동 거리는 이론상 45km까지 늘어난다. 표준 배터리 제원상 20km가 실제론 11km 정도이니 추가 배터리를 달면 아무리 악조건이어도 20km는 달릴 수 있어 보인다. 이동 거리가 아쉽다면 추가 배터리 장착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이동 거리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추가하면 업그레이드가 되면서 속도도 5km/h 정도 상승한다.

추가 배터리 장착 모습


#feat. 부지런

일단 전동 킥보드로 출퇴근을 하려면 기상 예보를 열심히 봐야 한다. 비 오는 날에는 절대로 탈 수 없기 때문이다. 킥보드 자체에 생활 방수야 된다 쳐도 노면이 젖으면 미끄러워서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산을 들고 탈 수도 없다. 전동 킥보드는 한 손 운전이 절대 불가능하다. 핸드폰 인증샷을 찍으려고 한 손으로 운전했다가 골로 갈 뻔했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 핸들에 진동이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양손으로 핸들을 꼭 붙잡아야 한다.


배터리 충전을 꼬박꼬박 해야 하고 이동 거리에 따라 배터리 잔량을 체크해야 한다. ES2 모델은 전동 킥보드 치고 가벼운 13kg이지만 들고 이동한다면 아주 거추장스러운 짐이 된다. 이동 경로 중간에서 배터리가 방전되면 13kg짜리 쇳덩이 짐짝이 생기게 되니 출발 전에 배터리 잔량, 이동 거리 파악은 필수다.

회사 지하주차장의 자전거 보관대

도착지에서 킥보드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안으로 들고 올라갈 것인지, 자전거 보관대에 묶어둘 것인지 혹은 그냥 잠깐 잠금 기능을 켜고 세워둘 것인지 말이다. 앱 상으로 잠금 기능을 켜서 사용이 불가능하게 만들 순 있지만 짊어지고 가버리면 무용지물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자전거 자물쇠를 갖고 다니며 자전거 보관대에 보관하고 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끝으로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부분이다. 속도 준수, 헬멧 착용, 차로 준수, 사용법 숙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쉽고 간편한 물건일수록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단순한 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있는가? 가장 익숙하고 쉬운 물건일수록 사람들의 조심성을 마비시킨다. 전동 킥보드도 마찬가지다. 저걸로 다치면 얼마나 다치겠어하겠지만 인간의 몸은 연약한 가죽으로 쌓여있다. 나도 당장 헬멧을 골라야겠다. 전형적인 아시안 핏 옆짱구라서 오래 써도 옆통수가 아프지 않은 제품을 골라야겠다.

둘레는 차이 없다는 점 ㅜㅜ


모두들 안전 운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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