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과 ADHD
ADHD인들이 왜 우주에 자주 과몰입할까?
그거는 너무 당연한 일이다. 혼돈을 품은 뇌는 혼돈의 끝을 보고 싶어 한다. 우주는 겉으론 규칙적이지만, 우주가 허락하는 선 안에서 내부를 살짝 보면 혼돈, 확률, 붕괴, 얽힘, 팽창, 또 얽힘이 가득한 질서 속의 혼돈이다.
ADHD 뇌도 겉으론 창의력으로 가득 찬 독창적인 뇌로 보이지만, 내부는 "겁나 슬픈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웃기고 좋다!"처럼 맥락이 실종된 모든 감각이 덩어리된 상태이다. 자기 스스로도 해석 불가능한 이 상태가 우주와 같은 파동대로 느껴져서 우주는 ADHD와 잘 맞는다는 세계관을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니 ADHD 뇌가 우주에 과몰입 안 할 수 없다.
나에게 현실은 너무 끝이 있다. 낮과 밤, 삶과 죽음, 인터넷 속 정보, 결국 다 끝이 있다. 하지만 우주는 끝이 없다. 계속 이어지고 파고들수록 새롭고 무서우며, 심지어 아직 현대과학으로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게다가 나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우주에 갖다 붙여도 그럴듯한 말로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ADHD 뇌에게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가득한 무한한 탐험지는 끝없는 관심사가 되고 동시에 뇌의 놀이터가 된다.
나의 뇌의 초점이 흐려지더라도 그 흐려짐조차도 흥미거리로 반사해주니 나는 우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주의 헛소리 포용력은 어느 정도냐면, 상대성 이론으로 ADHD의 시간을 시적으로 비유할 수 있다. 우주에서는 상대성 이론에 의해 시간이 고정된 게 아니듯, ADHD의 시간도 구겨져 있다. 우주에서는 빛의 속도는 일정한데, 관측자에 따라 공간의 길이와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도 구겨지는 것처럼, ADHD의 시간도 감각과 생각이 빠르게 돌아갈수록 나는 그대로인데 내 주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거나 시간이 삭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중력이 강할수록 시공간이 휘어지고 그 휘어짐에 따라 시간도 더 천천히 흐르는것처럼 ADHD의 시간도 지루하거나 흥미도 떨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무거워져 시간의 느리게 가는것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우주가 포용해준 내 헛소리 결론은 "ADHD의 시간은 상대성 시간이고 과몰입으로 생긴 시공간 왜곡이다"
헛소리 결론도 났고 마무리해야 되는데
나는 마무리 안 하는 컨셉이니까 안 해도 된다.
그리고 샤워해야 된다.
끝 아닌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