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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UU Dec 30. 2019

그래도 계획이란 건 있어야지

내년도 계획을 세우셨군요. 2020을 맞이하는 아저씨의 자세

20대에는 신년 계획을 열심히 짜던 시절이 있었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구입하여 열심히 내년에는 반전의 역사를 쓰겠노라 다짐하던 것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유한한 우리에게 시간이란 단위는 특히 해가 바뀌는 것은 큰 이벤트이기에 나도 발맞춰 나가는 것이 진화를 향한 인류에 서클을 함께 가고 있는 것이라 믿었을지도 모른다. 


계획은 짜도 안 짜도 결국 똑같았다.

새해의 다짐은 사실 매해 신이 인류에게 부여하는 축복의 에너지인 듯 다가오는데 왜 고작 3일뿐인 것인가? 다년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새해의 다짐은 잠시 머무는 기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올해도 안 할 거임)을 빗대어 보면 조금씩 증량하며 꾸준히 하는 기분으로 같을 때 그나마 오래 지속돼 왔다. 작년에는 못했으니 내년으로 밀어보자는 식으로 몰려버린 부채들을 자포자기 하기에는 양이 점점 많아진 것이다. 


올해는 계획을 세운다. 꾸준히 조금씩 할 수 있는 계획들을

올해는 계획이란 걸 가져보기로 했다. 가능한 몇 키로까지 감량, 몇 권의 책 보기 등의 정량적인 목표보다는 습관을 바꾸는 것들로 만들어 보았다.


올해의 계획 리스트

01. 무의미한 과식을 줄이고 혈당관리

이사 간 집에 주방이 너무 더러워 뜯어내고 7개월이 넘도록 바쁘다는 핑계로 주방 없이 살아왔다.(이 지점에서 놀랄 분도 많을 것 같다.) 그러니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특별한 행위가 되니 주로 외식을 하며 살아왔다. 작년 초에 받고 싶지 않았던 선물인 당뇨도 이사 전까지는 잘 관리되었다. 현미밥과 나물, 채소 위주의 식단과 도시락 먹기로 생활 습관을 바꾸어 보겠다.


02.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독서와 글쓰기

스크린 타임으로 본 내 스마트폰 평균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이란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이 시간이면 평균적으로 웬만한 책은 반권 이상 읽을 수 있고 브런치에 글도 4-5개는 쓸 수 있다. 잘 정리되지 않던 집과 스튜디오도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된 오피큐알의 2층도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다. 결국 삶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이 가장 큰 적이었던 것이다. 

그 불편함과 죄책감도 잠시, 나의 최대의 장점인 낙관과 긍정의 정신승리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본다. 이것만 줄인다면 나는 '하루에 4시간씩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겠군'이라고.

03. 일주일에 2회 맛집 탐방으로 시장분석하기

1번에서 집밥으로 바꾼다면 식비가 줄 것이고 그 식비를 아끼며 할 수 있는 활동도 꽤나 많을 것이다. 식당을 2개 운영하거나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그만큼 다른 식당에 가서 맛과 서비스를 챙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남들 다 한다는 그 '맛집 리뷰'도 조금 분석적으로 해 보아야 겠다.



04. 매출, 매입기록 철저

매년 실패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바로 매출, 매입기록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아 얼마가 나가고 얼마를 벌며 또 얼마를 앞으로 세금으로 낼 것인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는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으나 중간중간 놓친 것들이 있어 보완 중이다. 매달 예산이란 걸 세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때그때 번 돈으로 그때그때 적당히 때우고 메우던 사업방식은 건강하지 못하다. 예산을 세우고 예산을 어떻게 예비하고 조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태도가 우리 회사에는 필요하다.




05. 지키지 못할 약속 줄이고, 약속한 것은 제때 하기

약속이 너무 많았고 약속을 너무 쉽게 하였다. 신뢰는 무너졌고 나를 다시 찾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회사에 가장 큰 독이 리더가 돼버렸다. (파트타이머와 풀타이머 오너를 합쳐 8명인 작은 회사에 오너리스크가 있다니...) 약속을 줄이고 약속에 집중해서 신뢰를 다시 쌓아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 작은 신뢰의 성을 단단하게 구축하여 나에 브랜드에 '신뢰'라는 해시태그를 추가하는 것이 마케팅과 영업보다 선생 되어야 할 행위이다.




06. 매 스케줄 사이사이에 휴식, 정리, 기록을 넣기

나는 늘 지쳐있었고 내 주변은 늘 어수선했고 기존 기록을 찾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썼다. 값비싼 일정관리 툴을 쓰고 있어도 중간에 그만두기 일쑤였던 건 생활 벨런스가 많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정과 일정 사이에 정리하고 쉬고 기록하는 시간을 만들기로 한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다른 이를 위한 글

2020은 한국사회에서 마지막 30대 청년의 삶이다. 늘 소년 아님 청년의 삶을 살고 싶은 나이지만 늘어가는 흰머리와 웃을 때 확 티가나는 잔주름 등으로 생물학적 노화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성격에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타인의 도움과 영향이 컸음을 안다. 타인이 쓴 글과 행동, 진심이 담긴 조언, 심지어 나를 향한 불만과 질책까지도 나는 겸혀히 부끄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그것은 버리지 않고 내년의 믿거름으로 삼겠다. 또한 결심은 무너지나 습관은 단단하다는 진리를 늘 머리 위해 달고 2020년을 살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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