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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Mar 30. 2022

불안을 나누면 무엇이 되나요






불면과 불안으로 얼룩진 새벽에 바스락 거리는 이불 깊숙이 웅크리고 파묻혀 생각한 것은 

여느 때처럼 나의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점치고 설레며 축포를 터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긴 등산로를 앞두고 신발끈과 장비들을 단단히 동여매고 매무새를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푹신하고 달달한 솜사탕 같은 꿈보다 꿈을 상상하는 것은 충분히 맛보았으니 이제 솜사탕 막대기 집어던지고 직접 발을 구르는 것이다.


더디더라도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선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도록. 완주하기까지 포기하지만 않고 다리가 아프면 굴러서라도 갈 것임을 각오하며.




항상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하는 나는 이제 성공의 모습보다 지금 당장 한 발자국 더 내딛는 모습을 상상한다.
당장은 허울뿐일지라도 이런 다짐들이 쌓여 진짜 나를 단단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무심코 써왔던 그 글들이 수많은 나태와 고난의 순간들로부터 나를 견디게 했듯이.







나는 해파리처럼 불안해한다. 무르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뜻이다. 불안하면 여과 없이 그 불안을 드러내고 무력하게 유영한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옮는 거라 한,두번을 넘어가면 조금씩 번져간다. 다행히 마음이 단단한 친구들이 있어 의지가 되지만 그들에게도 이 바다에 빠져보라고 손을 내밀 순 없다.


어떤 불안은 나누면 덜어지지만, 진짜 불안한 마음은 대부분 아무와도 나누지 않는다.

누군가와 나누면 훨씬 작아지더라도 내 주머니와 누군가의 주머니에도 한동안은 들어있을 것이다.


내 안에서 불안은 흰머리로, 불면으로 빠져나가고 불안은 점점 작아진다. 그러면 없던 일처럼 말짱해질 것 같다.

그런데 난 그렇게 아주 말짱해지는 재주는 없으니까 글로 나눠본다.


이 얼룩을 잊지 말자. 불안에 잠 못 이루는 이 시간들을. 씨앗이 심기지 못하고 삐져나오지 않게 다져주는 시간이 될라 믿는다.




해파리,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2018



검은 배경의 해파리



강렬한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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