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lpit Jan 04. 2021

아침을 되찾겠다

이른바 새해 다짐이라고나 할까

오늘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이른바 ‘새해 다짐’이다. 나에겐 새해 소망이나 다짐 등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 혹은 ‘해야 하는 것’ 등이 존재한다. 이것도 그중 하나다.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 텐가. 그것까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믿는 구석이 있다. 앉아서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걸 좋아하니 나라는 인간은 7시에 일어나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아니면 넷플릭스라도 보겠지.      


그런 마음으로,

나는 7시에 일어났다.     


7시에 일어나려고 어제부터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다. 일찍 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그건 의지가 아니라 저절로 그리 되었다. 어젯밤 유달리 피곤했고, 강의 준비는 할 게 많았다. 졸음이 쏟아져 결국 강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아침으로 미루었는데, 다행히도 아침에 벌떡 눈이 떠져 아침에 강의 준비를 하며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오랜만에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을 봤다. 12월까지만 해도 아침에 움직이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다들 잠을 자는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5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고, 아빠는 6시에 식사를 하셨다. 엄마의 출근은 7시라, 난 엄마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오늘부터 동생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서 그 아이도 아침에 온전히 눈을 떴다. 아침부터 복작대는 집안이라니. 생소하다.     



난 원래 아침형 인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나는 나 혼자서 5시에 눈을 떴다. 씻고 아침밥을 먹고, 도착한 신문을 제일 먼저 봤다. 그리고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를 제일 먼저 가서, 빈 교실에 앉아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신문을 마저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아침을 맞이하는 게 그때의 ‘나’였다. 그런데 학원 강사를 시작하고 나서 시간은 뒤바뀌었다. 처음엔 7시에 일어났다. 5년 뒤 9시에 일어나게 됐고, 지금은 정신을 살짝만 놓아도 10시다. 태도를 고쳐 8시 기상으로 바꿔도 시험기간만 되면 도로 10시가 되었다. 늦은 오전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라는 글이 종종 있던데 그건 빈 말이 아니다. 저녁에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에 기반하여 생각해 본다면, 늦게 일어나는 일상은 하루 시간을 짧게 만든다. 짧아진 시간에서는 직업과 관련된 일만 겨우 처리할 수 있을 뿐 개인적인 취미를 즐길 시간은 없다. 게다가 늦게 일어난 만큼 늦게 자게 되는데, 늦게 잠을 자게 되면 당연히 입에 무언가가 들어간다. 야식 말이다. 야식은 건강에 안 좋은 걸 누군들 모를까. 조용한 밤에 혼자서 움직이는 것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아래층 사람에게도 미안하다. 밤은 눈을 뜨고 있든 아니든 조용해야 할 시간이다. 조용한 밤은 고독을 불러온다. 우울을 불러온다. 반면 밝아진 아침은, 괜스레 하루의 다짐을 하게 만들고 오늘 하루 중 할 수 있는 일들의 종류를 꿈꾸게 하여 결국엔 희망을 갖게 만든다.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던가.       


   

그래서 난 다시 아침을 찾고자 한다. 엄마의 얼굴도 보고 아침밥도 먹는 일상을.

내일도 그리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가 몇이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