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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ul 26. 2021

이유가 뭐 있겠어

이유는 없어


이렇게 매미가 크게 울 수 있나. 퇴근하려고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들린 매미 울음에 귀가 아프다. 무엇을 그렇게 목청 높여 우는 걸까. 무슨 말을 하려고.



오늘 ㄷ군은 나에게 두 번째 고백을 했다. 미안하단 표정으로 내 뒤를 졸졸 쫓아와서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이거 비밀이에요 했다. 나를 자꾸 쳐다보고 의식하는 게 저번부터 불편했다. 그런데 오늘 또 고백이라니. 다른 선생님들에게 좋다고 하듯 가볍게 던지는 말인가. 아님 나에게만 하는 것인가. 전자였으면 좋겠다. 날 좋아하는 게 부담스럽다.



좋다는 말이 기분 좋을 때가 있었다. 착하다는 말이 나를 더 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억지로' 착하게 만드는 거라 여겨진다. 난 생각보다 안 착하다. 착하게 봐 주는 사람이... 부담스럽다.



나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 마음은 언제 열리고 닫히는가. 한 이틀 친절하게 대해준 게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을 닫았다. 처음엔 열기 쉽더라도 마지막까지 열게 하긴 어려운가? 내 마음은 잠기기도 어쩜 이리 쉬운가. 그렇게 마음이 잘 변하는 인간이란걸, 이제 생각한다. 한없이 가벼워지려는 내 마음. 그리고 어딘가에 묶이고 싶은 마음도.



학생 이야기가 아니다. 내 생활에 대해 말하는 거다. 난 어딘가에 정박해 있고 싶었다. 사람에게 정박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없는 거라고 여기면서. 그렇게 내 사람은 어딨나 찾으며 활짝 열었던 마음인데 이번 달에 닫혔다. 알고 보니 변했네가 아니라 변하고 있는 마음을 본다. 나에게 묻는다. 재미가 사라졌나? 이렇게 갑자기?



누군가에게 설명해보지만 설명할 수 없다. 오늘 읽은 책에서는 안톤 체호프에 대해 그는 세상도 사람도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사랑이란 무엇인지, 진짜 자신이 여성을 사랑하고 있는지 되뇌어 보다가 돌아서버리는 사람이라고 예를 들면서 말이다. 예전에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으며, 알 수 없는 이야기투성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바람의 소리로 여기도록 장난을 치고 그대로 떠난 남자를 어떻게 이해하며, 그런 소설을 쓴 작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은 알겠다. 설명이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갑자기 일어나는 일들이 세상의 일이란걸.



매미가 울어 시끄럽다고 하자 엄마는 웃으며 "걔가 하는 일이 저건데 뭐~" 하던 밤이 떠오른다. ㄷ군이 나에게 고백했고 요즘 난 마음을 닫았다. 사람의 일이 이런 거 아닌가.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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