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이루어질지어다.
직접적으로 겪은 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재밌는 호텔 이야기 하나만 해달라고 하면 꼭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일명 '메로나 레이스'로 호텔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역대급 에피소드다.
근무했던 호텔의 특성상, 남다른 스케일을 가진 게스트들이 많이 방문했다. 덕분에 살면서 만날 일이 절대 없는 하이 프로파일(high profile) 게스트도 참 많이 만났었다. 이들은 주로 스위트룸 이상인 객실에 머물며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도 아닌 전세기를 타고 여행하는 리치한 패턴을 갖고 있다.
클라스가 다른 여행 패턴을 가진 게스트들은 호텔이 별도로 초대하여 관리하는 VIP로 브랜드 내 그 수가 많지 않은 VIP 원탑이다. 이들은 동일한 호텔 브랜드가 있는 도시 어딜 가도 호텔로부터 극진한 케어를 받게 된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물론, 게스트의 재혼으로 바뀐 배우자의 이름까지 그들의 모든 것이 다 공유된다. 재밌는 건 이미 세상을 가져 남부러울 것 없는 탑 VIP 게스트들이 간혹 귀엽고 엉뚱한 부탁을 한다는 것이다. 그 부탁이 선을 넘지 않는 부탁이라면 호텔은 흔쾌히 들어주는데 어느 날 호텔이 받은 게스트의 부탁은 이러했다.
로비의 늦은 저녁 시간은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인데, 이 평화를 깨고 체크아웃을 하루 앞둔 이 게스트가 간곡하게 찾는 아이템이 있었다. 그건 바로 메로나.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연두색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맞다. 최대한 많을수록 좋고, 박스면 더 좋고, 전국에 흩어진 메로나를 모은 거면 더 좋으니 내일 체크아웃 전까지 꼭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여행하다 우연히 맛본 메로나가 아주 맛있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녹는 메로나를 왜 사서 가냐고 묻지 말자. 게스트에겐 전세기가 있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
주변 마트는 이미 다 닫은 시간이었고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에서도 메로나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편의점에서 메로나는 잘 안 판다. 결국 야간에 근무하던 프런트 직원들이 자차를 몰고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는 양재 하나로마트를 시작으로 24시간 하는 마트와 편의점에 들러 서울에 있는 메로나를 전부 끌어모았다 봐도 될 것이다. 추운 날씨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메로나들이 행여 녹을까 모든 창문을 내리고 호텔까지 새벽의 질주를 했다는 메로나 레이스. 그리고 게스트는 무사히 메로나를 전세기에 잔뜩 싣고 떠나며 메로나 레이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재밌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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