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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쑤 Oct 21. 2021

극과 극의 식성

메뉴 통일보다 어렵다는 식성 통일. 

우리는 돌도 씹어먹을 수 있는 민족인 반면, 다양한 형태의 제한된 식단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다. 비건, 채식주의자, 글루텐 프리, 할랄, 특정 음식 알러지 등 참 다양하다. 컨시어지를 하면서 다채로운 식단을 가진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무엇이든 편식하지 않고 다 잘 먹을 수 있는 나의 식성에 감사하게 되었다. 물론 최근에 전복 알러지가 생겨 조금 서럽긴 하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할 때, 이들은 여행의 반이자 기쁨인 먹플랜을 어떻게 짜는 걸까? 
게스트는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 걱정은 언제나 컨시어지의 몫이고 이 먹플랜은 늘 그렇듯이 컨시어지가 머리를 싸매고 대신 계획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체적인 요청이 담긴 몇 가지 대표적인 상황들이 있는데, 대체 이 사람들은 서울 어디로 보내야 하는 걸까? 상황은 대충 이렇다.

1) 본인은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지만 비건인 친구 A도 함께 갈 수 있는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을 원한다고 한다.

2) 이미 비빔밥은 먹어봤으니, 비빔밥 말고 채식주의자인 내 남자 친구 B가 먹을 수 있는 한식은 뭐가 있는지 묻는다.

3) 본인은 소를 먹지만 돼지는 안 먹고 친구 C는 정확히 그 반대. 거기에 친구 D는 해산물만 먹는데 셋이 함께 갈 수 있는 한식당을 찾는데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이면 좋겠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게스트는 글루텐 프리다. 글루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식이라 그들을 위한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 제일 어렵다. 한식 재료의 기본인 간장, 고추장도 글루텐 프리가 아니기에 이들의 식사를 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레스토랑 예약을 할 때마다, 혹시 사용하시는 고추장, 간장과 같은 재료가 글루텐 프리냐고 물을 때면 대체 무슨 소리를 지금 하는 거냐며 보내는 따가운 눈총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듯했다. 


식단에 맞춘 레스토랑 찾는 것에서부터 헤매고 있는데 여기에 게스트가 원하는 음식, 레스토랑/식당의 분위기, 호텔에서의 거리, 소요 시간, 게스트의 컨디션, 기념일 유무 등 이 모든 걸 고려하여 항상 2~3개의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 게스트를 위한 옵션 제안은 컨시어지에게 필수인데, 하나 찾기도 힘든데 옵션까지 찾아야 할 때, 컨시어지는 울고 싶다. 매일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독특한 조합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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