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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쑤 Oct 21. 2021

헬리콥터 한 대만

컨시어지라면 헬리콥터 한 대 정도 거뜬히 구할 수 있잖아요?

가끔 헬리콥터를 타고 싶다는 게스트가 있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이니 헬리콥터를 타고 공항에서 호텔로 오고 싶다거나 상공에서 서울의 뷰를 보고 싶다는 요청들이었다. 서울에서 헬리콥터라니! 벌써부터 아주 귀찮고 피곤한 게스트로구나!


한국에서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헬리콥터를 많이 이용하지 않기에 업체를 찾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겨우 찾은 모 업체는 초반에 우리가 장난 전화를 건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헬리콥터로 서울 투어? 공항에서 호텔로 데리고 오라고? 아저씨였던 사장님은 우리를 아주 귀찮아했다. 귀찮을만하다. 젊은 애들이 자꾸 전화해서 되지도 않는 질문을 쏟아내니 원.


처음엔 비용도 사장님이 부르는 게 값이었다. 두 시간에 최소 150만원. 물을 때마다 금액이 바뀌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헬기가 착륙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청와대와 가까이 위치한 호텔 탓에 그 주변 그 어디에도 착륙할 수 없었다. 청와대 주변으로 반경 몇 km 내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헬기의 이착륙이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서울 시내에서 개인이 헬리콥터를 원하는 곳에 내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이렇게 또 배우는 컨시어지. 헬리콥터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강 근처에 위치한 헬기장에 내려 차를 타고 호텔로 오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싶지 않아 선택한 게 헬리콥터였는데, 결국 차를 타야 한다는 소식에 게스트는 벤츠 S500을 선택했다.


헬리콥터 이외에도 구할 수 없는 차종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롤스로이스 팬텀이나 고스트 등 국내에서 렌트가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외제차가 그 예다. 심지어 어떤 게스트는 '나는 벤츠를 타지 않으니 BMW를 구해달라', '검정색은 안 타니 흰색 차량으로 구해달라',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팅이 아주 시커멓게 되어 있어야 한다' 등 차량 한 대를 찾을 때도 게스트의 디테일한 요청에 기절할 노릇이다. 그런데 문득 하늘 위에서 바라본 서울은 굉장히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강에 걸쳐진 다리들과 강남과 강북의 대조적인 뷰는 장관이겠지? 시티뷰, 리버뷰, 마운틴뷰를 한데 아우르는 탁월한 도시 경관을 가진 서울의 헬리콥터 투어. 과연 가능한 날이 오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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