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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by 팔구년생곰작가






내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2022년을 맞이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마지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일적으로나 인간관계 그리고 집안에 많은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것은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쓰게 된 것이다. 일 년 그리고 한 달 및 일주일과 하루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시간관리를 하다 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살았는지 느끼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니 자칫 중요한 일이나 학교 과제를 놓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큰 공백 없이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PDS 다이어리'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부터 나도 다꾸족? ( 다이어리를 쓰고 꾸미는 사람들 ) 이 된 것 같다.


올해가 들어서도 여전히 코로나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병원에서 그리고 응급센터에 근무를 하다 보니 코로나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코로나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코로나에 열심히 대응해왔냐를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힘든 과정이다. 더군다나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리더로 역할을 하던 사람들은 코로나로 인해서 무엇을 하든 좋은 말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접어야 했다. 또한 외부의 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일선 공무원들은 코로나 발병 및 환자의 동선 관리를 위해 밤샘 근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보건소 인력과 병원의 의료진들은 더운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며 땀 흘리는 것도 잊은 채 환자를 돌보았다. 국민들은 스스로 조심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혹여라도 자신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조심하였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누가 누구를 욕할 수 있으랴. 모두가 고생했고, 앞으로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부디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사람들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 때문에 욕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특히 인생의 동반자로 여길 만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떤 상황에 놓일 때에도 진실함을 보이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올해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굳이 애걸복걸하지 않아도 서로가 함께 있기만 해도 좋은 관계. 내가 하는 연애는 그렇다. 서로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존중할 줄 아는 연애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상대방을 살펴야 한다. 초마다 분마다 변덕스럽게 일렁이는 마음도 붙잡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연애도 결혼도 투쟁이며, 변덕스러움이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다투며 지독하게 싸운다. 그럼에도 다시 화해하고 뜨겁게 사랑한다. 이런 걸 보면 사랑이란 참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 같다.


내가 어렵고 사람이 어렵다. 그리고 관계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 좋다가도 싫어지고 새롭다가도 지겨워진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도 어렵고 그나마 중간을 가는 일도 쉽지가 않다. 차라리 매번 나쁜 사람이 되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마음속 이야기를 끊임없이 꺼낸다고 해서 좋게 봐줄 리도 또 들어줄 리도 없을터. 그래서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다리 골절로 병상에 누우셨다. 칠순의 나이에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계심에도 일을 계속하던 것이 걱정이었는데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일 좀 그만하고 쉬시라 말씀을 드려도 고집을 부리셔서 미움의 감정이 생겼었는데,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온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하나님의 사랑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고비가 더 남았다. 수술 전 검사 중 우연히 우측 신장에 병마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을 것을. 그저 부모님 드시고 싶은 것과 아름다운 곳 여행 보내드리는 것이 효도인데, 마음이 급해진다. 내년 1월쯤 아마 수술이 잡힐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고 눈물이 맺힌다. 부모님 건강할 때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부모님께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자. 그리고 건강하자.


내년에는 작은 슬픔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지적 경직성이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불행하다. 우리는 너무 흑백논리와 성공과 실패로 나뉘어서 어느 순간 다양한 선택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부디 인지적 유연성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념과 사상에 사로잡혀 작은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내년에는 우리 좋은 일만 가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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