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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Mar 18. 2024

괴담






우리 공장에는 여러 가지 괴담이 있었다. 


그중에 두 가지 괴담이 인상 깊었는데 첫 번째 괴담은 기숙사옆 언덕에 자리 잡은 나무에 관한 괴담이었다. 우리 공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저렴한 인건비가 장점인 중국의 인력을 유치하였다. 그래서 반도체 라인마다 중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을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한 아리따운 중국인 여성 노동자가 한국인 남성과 눈이 맞아서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인 여성은 취업 비자로 들어온 탓에 장기간 한국에 머무는 것이 어려웠고, 타국에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인 여성은 한국인 남성을 믿고 기다렸지만 한국인 남성은 하룻밤 연애로만 생각했던 중국인 여성에게 흥미를 잃고 있었다. 



결국 임신한 상태로 일을 하기 어려워진 중국인 여성은 극심한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인해 나무에 목을 매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 일이 있은 뒤로 한국인 남성은 어딘가 이상해져 회사에서 쫓겨났고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에 기숙사에서는 밤마다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실습생들로 넘쳐났다고 한다. 나 또한 술자리에만 가면 또래 현장실습생들 혹은 회사 내 사람들에게 꼭 그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듣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새벽만 되면 화장실에 가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잠자다가 급하게 소변이나 대변이라도 마려워지면 어쩌지...."



매번 그 이야기 때문에 긴장한 탓인지 한동안은 새벽에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은 술을 거나하게 먹고 밤늦게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날은 이상하게 밤새 배가 아팠다. 



"아 이상하네. 술 먹을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술안주로 먹었던 삼겹살 때문인가."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로 이어지는 복도길이 왠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용변을 잘 해결하였다. 



"아 다행이다. 에이 귀신은 무슨 잠이나 자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누우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창 밖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응~~에, 응~~에."



나는 두 귀를 의심하였다. 허벅지를 꼬집고 뺨을 때리고 귀를 후벼 팠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응~~에, 응~~에."

.....

"응~~에, 응~~에."



정말 억울하게 죽은 중국인 여성의 아이 울음소리인 걸까.? 새벽 내내 잠을 설친 탓에 그날 하루 일과를 정신없이 보내게 되었다. 새벽 내내 잠을 설쳤던 나는 퇴근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자마자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일찍 잠이 들었던 탓일까? 그날 새벽 나는 이른 조기기상을 하되었다. 



"아 뭐야, 오늘은 또 일찍 일어났네."



어김없이 밖에서는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그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마음속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서 옆에 잠들어있던 민석이를 깨웠다. 



... "야~~ 옹."

"야~~ 옹." "야~~ 옹."


"야, 일어나 봐 갓난아이 울음소리 들려.!"


"아.. 함... 무슨 소리가 난다고 그래, 몰라 잘래."



잠에 취해있던 민석이는 눈을 잠깐 떴지만 다시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고등학교 시절 씨름을 하던 민석이는 키가 180cm가 넘었고, 체중은 110kg 넘는 거구였다. 하지만 살이 많고 배가 많이 나와서인지 자는 동안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계속되는 울음소리 탓인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나는 울음소리의 정체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방에 비치되어 있던 비상용 랜턴을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피곤해서라도 울음소리의 정체를 밝히고 말겠어."



그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캄캄한 어둠 속을 뚫고 여기저기 울음소리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2미터 전방에서 두 개의 밝은 빛을 보게 되었다. 순간 깜짝 놀라서 기절할 뻔하였지만 자세히 보니 울음소리의 정체는 고양이었다. 



"에잉.? 울음소리 정체가 너였어.?"

"아씨 난 또 뭐라고, 이제까지 갓난아기 울음소리인 줄 알고 이틀간 무서워서 잠도 설쳤네."



나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회사 동료와 이틀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에이, 그거 다 신입들이나 실습생들 놀리려고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아 진짜?" "아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하하 순진한 놈, 이틀간 잠도 설치고 고생했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은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고양이를 키우던 동료의 집에 놀러 간 뒤 우연한 계기로 잊혔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잠깐만 생각해 보니... 첫날과 둘째 날은 울음소리가 틀렸던 것 같은데." 



순간 나는 소름이 돋으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처음 새벽에 들려왔던 정체 모를 소리는 정말 아이의 울음소리였을까?



"응~~에, 응~~에."

"야~~ 옹." "야~~ 옹."


"응~~에, 응~~에."

.

.

.

"응~~에, 응~~에."

"응~~에, 응~~에."

"응~~에, 응~~에."

"응~~에, 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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