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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Mar 11. 2024

친구의 연인 2






우리는 어둠 컴컴한 골목 한편에 자리한 모텔에 들어갔다. 늦은 새벽 시간에도 모텔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결국 남은 객실 두 개를 잡아서 네 명씩 나뉘어 술을 마시게 되었다. 남은 객실은 상태가 좋지 못했다. 방은 불을 켰음에도 어두웠고, 좁은 방에 침대 하나와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방 안에는 그전에 묵었던 손님들의 채취와 담배 및 소독냄새가 섞여서 그런지 무언가 기분 나쁜 쾌쾌한 냄새들이 났다. 그럼에도 맥주집에서 먹었던 술로 인해서 나와 아이들의 분위기는 한껏 올라와 있었다. 모텔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샀던 과자와 소주를 꺼내어 4명이서 한두 잔씩 따라가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냥 술만 먹기는 아쉬웠는지 철민이가 제안한 게임을 하면서 술을 먹었다. 나는 게임과 거리가 멀어서인지 벌주를 제법 많이 마시게 되었다. 현장 실습을 오기 전에는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술에 빨리 취해 가고 있었다. 눈은 침침해지고 맥박은 빨라졌다. 얼굴은 뜨거워졌고 사람들의 말은 무언가 물속에서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미현이와 철민이가 있었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술에 취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과는 다르게 육체는 빠르게 지쳐가고 있었다. 눈이 천천히 감겼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져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어 뭐야 저 녀석 벌주를 잔뜩 마셔대더니 결국 나가떨어졌네.?"

"하하하"



철민이는 잠든 나의 모습을 비웃으며 놀리듯이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미현이와 옆에 있던 수정이는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베개를 베어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한참을 비웃던 철민이에게 미현이가 나무라듯이 이야기하였다.



"철민아 우리가 뭐 매번 술을 마셨던 것도 아닌데, 이제 술 마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이를 놀리는 건 웃기지 않니.?"

"너랑 우리는 아직 어린 나이야. 너 혼자 무슨 어른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고, 다른 아이를 비웃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


 

"아 아니야,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해."  



미현이의 냉랭한 태도에 철민이는 당황하며 급하게 사과를 하였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른 채 술기운에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

.

.

.

.

...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방안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나의 왼팔에 누군가의 머리카락과 꽤 무거운 무게의 감촉이 느껴졌다. 미현이라고 착각했던 나는 팔베개를 하고 있던 그녀를 살포시 껴안았다. 어두운 곳에서도 자세히 보니 미현이가 아닌 것이 느껴졌다. 수정이었다.



"어라, 미현이는 어디 있지.?"

"혹시.. 철민이랑 침대에 같이 있나.?!"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눈을 꼭 감고 잠든 것처럼 누워있었다. 인기척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서 않아서 서로 다른 입술이 맞닿으며 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미현이의 미세하게 떨리는 신음소리와 함께 작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하... 철민아 옆에 아이들 자고 있잖아."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아.... 아.... 하...."



"다 술 먹고 뻗어서 자고 있는데, 뭐 어때.?"

"걱정하지 마."



10분 여가 지났을까 갑자기 침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남녀의 신음소리가 한데 어울리며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내가 어린 나이임에도 본능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느낄 수 있었다.



"철민이와 미현이는 지금 섹스를 하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고등학교 때 짝사랑하던 그녀가 철민이라는 날라리 같은 녀석과 몸을 섞다니 그것도 내가 잠들어 있는 바로 옆 침대에서... 믿기지가 았았다. 그러나 나의 기분과는 다르게 나의 아랫도리는 눈치 없이 뜨거워지고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하.. 이게 무슨 상황이냐.?"

"진짜 화나네." "저 새끼 지금 당장 일어나서 죽여버릴까.?"

"아니다, 그러면 오히려 미현이가 화낼지도 몰라."

"하... 참자.."



철민이와 미현이의 신음소리 그리고 살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소리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귀에서 계속 들려왔다. 1시간 여가 지났을 때 즈음 미현이의 마지막 짧은 신음소리를 끝으로 방안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난 후 화장실 불이 켜지고 몇 분간 씻는 소리와 화장실을 나오고 들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하고 뜨거워졌던 아랫도리는 어느새 가라앉아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과음을 한 탓에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요의가 느껴졌다. 마치 방금 일어난 것처럼 하품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보았다. 술 때문인지 어지럽고 휘청거렸다. 얼굴은 아직도 붉은기가 남아있었다. 술과 잠에 취해있었지만 마음이 아팠다. 내가 짝사랑하던 그녀를 친구에게 빼앗기는 심정 그리고 둘이 한 몸이 되어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나의 상황이 슬펐다.  



그러면서도 철민이를 향한 분노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짐승만도 못한 놈, 네가 감히 내가 짝사랑하던 미현이랑 잠을 자.?"



화장실을 나온 후 나는 철민이의 손을 발로 지그시 밟아주었다. 손에서는 뼈소리가 났고 철민이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드득."


"아악!"

"저 새끼 뭐야, 아 씨발 손가락 아파 죽겠네."

"아 어딜 보고 다니는 거야, 아씨 아파 죽겠네."



나는 그런 상황을 모르는 듯이 자리에 누웠다. 철민이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미현이를 향한 배신감도 느껴졌다. 보란 듯이 수정이를 안고 싶었지만 참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한 때 짝사랑하던 미현이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다.



참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환희 그리고 뜨겁고 슬픈 감정들이 교차하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어쩐지 미현이는 보이지 않았다. 우연히 점심시간에 만난 수정이를 통해서 미현이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미현이 고향 내려갔어. 아마도 여기 있기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나 봐."

"네년에 수험 준비한데, 대학 간다고 하더라."



고등학교 때도 그녀에게 말 한마디 못 했는데 여기서도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떠나보내니 씁쓸했다. 철민이는 미현이가 떠난 이후에도 똑같았다. 매일 일하며 쉬는 날에는 회사 여사원들과 밖에서 따로 만나 술 마시며 놀았다. 한동안 나는 철민이랑 연락을 하지 않았고 인사도 나누지 았았다. 그것이 내가 그 녀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그날에 대한 분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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