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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Mar 25. 2024

괴담 2






두 번째 괴담은 1층 연구실 옆에 있는 화장실 괴담이다. 



평소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화장실로 보이지만 야간 근무자들이 1층 연구실 화장실만 지나면 사람이 없음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물소리를 듣거나 닫혀있던 좌변기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내가 1층 연구실 화장실을 지나가기 전까지 말이다. 



우리는 야간 근무 때 할당량을 채우면 보통은 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날은 이상하게도 1층 연구실을 지날 일이 있었다. 생산 5라인 기계에 들어가는 페인트 도장이 훼손되어 어쩔 수 없이 새것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1층 연구실을 지나 설계부서를 가야 했다. 



사실 전에도 1층 화장실 괴담을 들었던 탓에 그곳을 지나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성격이 더러운 반장의 심부름이라 어쩔 수 없이 다녀와야 했다.  



새벽 2시가 된 회사 내부는 일부분만 불을 켜놓기 때문에 불이 켜진 곳을 제외하면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날도 복도를 지나면서 왠지 으스스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없는 연구실이나 생산라인은 모두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안이 훤하게 다 비쳤다. 



따라서 주간에 보면 큰 규모의 생산라인 때문인지 굉장히 멋있어 보였지만 야간에 보면 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어둠 탓인지 무서움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어떤 알 수 없는 존재가 나를 향해서 뛰어오거나 반짝이는 두 개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둠 컴컴해서 무섭네."

"얼른 챙겨서 올라가야겠다."



설게 부서를 들어가 기계에 맞는 페인트 도장을 챙겨서 나오는데 갑자기 소변이 급하게 마려왔다. 하지만 급하게 갈만한 가까운 화장실이 없었다. 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연구실 옆 화장실을 가야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고 손을 씻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역시 뜬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지어졌다. 



"아 진짜 언제까지 회사 괴담으로 사람들을 놀리려는지... 참."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거울을 통해서 비취지던 4번째 좌변기 문을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분명 화장실을 들어갈 때는 좌변기 문이 닫아져 있었는데 소리도 없이 문이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냅다 승강기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달리는 순간에 누군가가 나를 뒤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야 했다. 



급하게 승강기를 탄 뒤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화장실에 있었던 일을 반장에게 이야기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욕 한 바가지 그리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둥의 핀잔들이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1층 화장실을 갈 일이 없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도 그때 화장실 좌변기 문이 어떻게 열렸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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