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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2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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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Jun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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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가 죽은 지도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전 자신들과 함께 일하던 구성원이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한 것도 잊은 채 공장사람들은 다시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 또한 그녀와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었다. 어느덧 회사에 온 지도 일 년이 지났고 현장실습생을 벗어나 정규직 사원이 된 나를 주변 사원들을 포함하여 반장 및 과장은 점점 자신들의 동료로 인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한창 잘 나가는 신입사원에게는 따가운 시기와 질투의 시선들이 따라다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근무하는 생산라인은 3층이다. 하지만 3층만 생산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2층과 3층, 4층이 모두 생산라인이었다. 따라서 타 생산 라인 사람들끼리 서로가 승강기 내부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승강기 내부와 옥상은 항상 회사 내부의 이슈가 터지는 시발점의 장소였다. 당연히 사내 연애 중이었던 나와 그녀의 연애이슈도 그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룸메이트 형과 술자리를 갖던 중 우연히 4층 자재부 팀장이 술자리를 함께 한 일이 있었다. 당시 술기운에 그녀와의 연애를 고백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와의 연애이야기 그리고 잠자리 일들까지 모든 가십거리들이 회사 내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심심한 회사 생활로 지친 그들에게 맛있게 씹을 가십거리가 귀에 들어온 것이다.



"이야 순진한 줄만 알았던 신입사원이 사무실 대리랑 연애를 한다.?"

"이거 완전 빅뉴스감이네."


"히히 그러게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대시해 보는 건데."


"네가.?!."

"꿈깨라.!"


"아 그나저나 나도 그 사무실 대리랑 섹스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씨발... 맛있을 것 같지 않냐.?"


"아이코, 그거 위험 발언입니다."

"형수님이랑 제 와이프랑 친구인 거 아시죠.?"


"이 새끼가 장난하냐.?!"

"죽을래.?"


"하하 과장님 농담입니다."



그렇게 타 부서 사람들의 소문이 내가 일하던 생산부 사무실 내에도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기 0 대리 나 좀 보지."


"네."


"자네 요즘 연애하나.?"


"네?!"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자네 그 신입 놈이랑 사귀나.?"

"자네 어느 정도 연차도 쌓이지 않았니.?"

"뭐 아쉬울 게 있다고 신입 사원이랑 연애를 한다고..."

"사내 연애를 하려면 조용히 하든가!"


"네 죄송합니다."


일 적인 부분이 아닌 사생활 문제로 과장에게 깨진 그녀는 화가 잔뜩 나있었다.


이따가 점심 먹고 창고에서 좀 볼래.?
할 이야기 있어.


그녀에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점심식사 후 창고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야, 너 미쳤어.?"


"왜.?"


"아주 우리 사귄다고 섹스한 사이라고 대한민국에 다 말하고 다니지 그러냐.?"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저번에 아는 형이랑 술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가 나온 거야.."

"그냥 어쩌다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면서 말하게 된 거야."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고."


"뭐라고.?!"

"우리가 사귄다고 말한 거야.?"

"너 진짜 제정신 아니구나.?"


"미안해."


"우리 만나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응.? 무슨 말이야.?"


”내 말 못 알아듣겠어.?! “

"아니, 그냥 회사 내에 소문이 다 나버렸다고."

"그냥 우리 좀 생각할 시간을 갖자, 너무 급하게 만난 것 같아."



그녀의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와의 첫 만남 그리고 달콤했던 그녀와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각에 빠진 것도 잠시 그녀는 유유히 뒷모습만 보인채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킨 스스로에 대해서 화가 났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화가 풀리기를 기다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주뒤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
잠깐 볼 수 있을까.? 우리 처음에 만났던 식당에서…



처음 만났던 식당에서 그녀와 마주하니 어색했다. 그래도 몇 달이 아닌 몇 주 만에 연락이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지냈지.?”


“웅,,, 뭐 그런대로.”

“그런데 오늘 갑자기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네가 시간을 좀 갖자고 하길래, 오랫동안 연락이 안 올 거라고 생각했어.”


“아 뭐 당시에는 진짜 화도 많이 나고 그랬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풀리더라고. “: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도 있잖아.”

“너랑 사귀는 거 뭐 회사사람들이 안다고 우리 사이가 뭐 달라지는 건 아닌데…“

“그냥 좀 화가 났던 것 같아.”


“뭐 때문에 화가 났는데.”


“흠…. 그냥 너랑 나랑 서로가 공유하던 시간과 소중한 추억들을 다른 사람들이 심심풀이 땅콩처럼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게 기분이 나빴어.”

“그때는 그랬다고, 지금은 뭐 괜찮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과장도 한 번씩 물어보더라 너랑 헤어졌냐고.”

“너 착하고 성실한 애라고.”


”아,,, 그랬구나. “



생각해 보니 그녀와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과장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왠지 모르게 나를 측은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혹은 의외로 응큼한 구석이 있구나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그녀와의 사내 연애가 회사에 퍼지면서 그녀와 나의 사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다시금 연애를 시작하였다.


어느 날 우연히 그녀의 집에 다시 가게 될 일이 있었다.



“자기야 우리 잠깐 집에 좀 들르자.”

“나 뭐 두고 온 게 있어서.”

“지금 우리 룸메이트 언니도 있는데 인사도 좀 하고.”


“여자만 사는 집에 내가 갑자기 들어가는 게 괜찮을까.?”


“뭐 어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그녀의 집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룸메이트라고 불리는 사람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언니 나왔어, 잠깐 두고 간 물건 좀 챙겨서 나가려고.”

”여기 내가 전에 이야기했었지. 내 귀염둥이 남자친구야. “

“인사해, 내 룸메이트 언니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00한테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뭐 먹었어요.?”

“배고프죠.?”

“야이 까시나야.?! 네 남자 친구랑 뭐 아무것도 안 뭇나.?


“아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올 거야. “

“언니 내일 무슨 날인지 알아.? “


“알재, 니 귀 빠진 날 아이가.?”


“히히 알고 있구나.?”

“자기야 우리 언니랑 자주 보자 알겠지.?”


“웅웅.!”


“나 잠깐 방에 좀 들어갔다 올 테니까 언니랑 거실에 있어.”


그렇게 나는 그녀의 룸메이트와 함께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기 나이가 어리다면서요.?”


“네.”


“그 현장실습생으로 시작해서 정규직 됐다면서요.”

“대단하네.”

“그런데 이런 촌구석에 뭐 볼 게 있다고 왔어요.?”

“나이도 어린데.”


“아 그냥 좀 집에서 독립도 하고 싶어서 일찍 사회생활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우리 00가 잘해주나요.? “


“네 진짜 애교도 많고요, 잘해줘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결혼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스러운 나의 말에 룸메이트 언니는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결혼이요.?”

“아, 그런데 나이가 어린데 너무 일찍 생각한 거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아 그런가요.?”

“하하..;;;”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이 이야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결혼 이야기를 꺼내니까,,, 걱정이 돼서,,, 점마가 그니까, 사실 여기 회사 다니게 된 계기가요.”

“쟤 카드 빚 때문에 여기 공장에 온 거거든요.”

“점마 오빠가 지 동네에서는 꽤 무서운 깡패였나 봐요.”

“지 동생 유흥업소에 팔아쁠고, 뭐 이래저래 꼬인 인생이었죠.”

“저 가시나 지 동네에서 도망 와서 여기로 온 거예요.”

“유흥업소에서 죽어라고 몸만 팔고 빚만 얻어서 왔다니까요. “

“내가 남자 친구분이 나이도 어리고 앞으로 미래도 창창하니까 말해주는 거예요.”

“내가 점마랑 친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말해주는 거예요.”

“이건 그냥 우리끼리 말한 걸로 끝내주세요. 점마한테 이야기하지 말아 주세요. 알겠죠.? “


“네,,, 알겠습니다.”



마음이 무거웠다. 미래를 꿈꾸며 그녀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룸메이트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는 꽤나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마침 그녀가 방에서 나왔다.



“자기야 가자.”

“언니야 나 나갈게.”

“내일 잊지 마 같이 저녁 먹자.”


“응.? 누구랑.? 너 남자친구랑.?”

“점마가 미칬나.?”


“왜.?”

“나한테 소중한 사람 두 명이랑 맞이하는 생일인데.”


“그래 알았다.”

“다음에 또 봐요. “



그녀와 팔짱을 끼면서도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막상 그녀와 오랜 시간 연애를 할 수 있을지,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속 어둡게 드리운 그늘처럼 그녀와 나의 뒤에 비치던 그림자 또한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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