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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Jul 08. 2024

노란 모자의 반란






그녀와 이별 후 아픔은 꽤나 오래갔다. 그럼에도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의 일상 속에서 점점 이별의 아픔은 잊혀 갔다.



금요일 아침


여느 날처럼 출근을 하고 있는데 공장 입구에서 많은 수의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이 플래카드를 들며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데모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임금체불과 부당해고에 관한 건이었다.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최근 이슈가 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서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영업이익마저도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는 오래된 직원들을 희망퇴직이라는 명목으로 퇴사를 종용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출근길 공기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노동조합의 구호를 들었다.



“임금 체불 철회하라! 부당 해고 철회하라!”



구호는 한결같이 반복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한순간 멍해졌다. 회사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재빠르게 출근길을 재촉하며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겉으로 보이는 혼란스러움과 달리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자의 라인에서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평소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침 사무실에서 과장의 얼굴은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몇몇은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생산공정에 들어가기 전 옷을 갈아입으며 핸드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인사부에서 보낸 공지가 눈에 들어왔다. '희망퇴직 프로그램 안내'라는 제목이었다. 공지 내용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진심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들과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역시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시작하던 중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거 정말 끝난 건가 봐요. 회사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동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무겁게 가라앉은 마음을 추스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공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버거웠다.



식사 후, 잠시 휴게실에 들렀다. 그곳에서 마주친 과장은 담배를 피우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다가가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힘들겠지, 그렇지? 그래도 우리 힘내자고. 어떻게든 버텨야지.”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이 과장의 말처럼 버텨낼 수 있을까? 공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공장의 불안한 미래도 모두 내 일상의 하나가 되어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내일도 출근길에 마주할 노동조합의 구호 속에서, 나는 희망을 찾기로 했다. 설령 그 희망이 얼마나 희미하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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