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와 나눈 인터뷰는 지역 신문과 인터넷 포털에 실리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그저 인터뷰가 몇몇 사람들에게만 읽히겠지 생각했지만, 그 파급력은 예상 이상이었다. 어느 날, 성민이의 어머니도 우연히 이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큰아들의 죽음에도 남은 자식 하나만을 바라보며 시궁창 같은 현실을 이겨내던 어머니는, 기사를 읽고 마침내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먼 지방에서 나를 찾아왔다.
그날 회사 앞에서 어머니를 마주한 나는 깜짝 놀랐다.
"어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머니는 먼 지방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결의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너, 기자랑 인터뷰한 거 봤다. 부모님께 따로 연락은 없었니?"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깊게 숨을 쉬었다.
"난 이번에 그 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보려고 했단다. 너랑 변호사님이 하는 일에 나도 힘을 보태고 싶구나. 성민이가 너무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 그놈의 돈 때문에 참아보려고 했지만, 더는 안 되겠더라."
그녀의 목소리에는 참아온 슬픔과 억울함이 배어 있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성민이가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머니..."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성민이랑 저는 오랜 친구였어요. 당연히 친구가 억울하게 죽었다면 끝까지 밝혀내야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
"내가 너에게 감사해야 해. 내가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그 돈 때문에 그냥 묻어두려고 했지만... 성민이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애써주는 너를 보니 마음을 다잡게 됐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머니가 힘을 보태주신다고 하니 저희야말로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 어머니는 장사를 잠시 접어두고 올라오셨다고 했다. 둘째는 잠시 시댁에 맡겨두고 온 상황이었다. 이제 그녀는 이 일을 끝낼 때까지 우리와 함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기 머무실 곳은 마련되셨나요?" 내가 물었다.
"아직이야. 그냥 여관이라도 잡으려고 했지." 어머니는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 변호사님께 양해를 구해서 변호사님 사무실 안에 있는 작은 휴게실에서 지내시면 어떨까요? 숙소를 따로 잡는 건 부담이 되실 테니까요."
어머니는 한참 나를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줘서 정말 고맙네.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다니… 앞으로 내가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어머니. 성민이의 죽음을 반드시 밝혀내도록 노력할게요.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그렇게 어머니는 변호사님의 사무실 한편에 자리한 작은 휴게실에서 머물기로 하셨다. 우리는 이제 더 강해졌다. 어머니의 결심과 우리의 노력이 합쳐져 성민이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