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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2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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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Oct 08. 2024

희망의 저울






드디어 법원에 제출할 소장이 완성되었다. 나는 노동철 변호사님과 성민이 어머니와 함께 지방 법원으로 향했다. 이 길이 쉽지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성민이의 죽음을 덮으려는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법적인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 노동철 변호사님의 도움은 정말로 귀중했다. 그는 사고 경위와 CCTV 영상, 목격자의 진술, 전문가의 진단을 기반으로 탄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셨다.



법원 앞에 도착한 우리는 무겁고도 묵직한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는 손을 떨고 계셨다. 평생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셨고, 경찰서조차 한 번도 가본 적 없으신 어머니께 이곳은 너무나 낯설고 두려운 장소였다. 그 떨리는 손을 나는 조심스럽게 잡았다. 



"어머니, 괜찮아요. 우리 같이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나 스스로도 느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무것도 아닌, 이제 겨우 20살에 불과한 내가 중견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 일이 내 인생에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성민이를 위해서라면 후회는 없었다.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나오자, 어머니의 얼굴은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긴장이 풀린 듯 보였지만,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 가득하셨다. 노동철 변호사님은 우리를 위로하며 말했다. 



"어머니, 정말 큰 용기를 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어린 자네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네.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려는 그 용기가 참 대단하네. 어른들이 미안해해야 할 부분도 많아."


"감사합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던 중,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어머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너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다니는 거니.”



당혹스러웠다. 가족들이 기사를 볼 거라는 생각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가족들은 모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까.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당장 집으로 오너라.”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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