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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빈 Oct 25. 2020

파리의 밤, 흐들흐들한 영혼들이 사랑하던 그 밤

파리의 밤은 아름다웠다. 낮이 만들었던 수많은 더러운 감정들과 오물들은, 도시를 밝히는 조도 낮은 노란 조명 아래 자취를 감추고, 아름답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만이 지친 영혼들을 위로했다. 낮의 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밤의 파리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반짝이는 에펠탑까지 갈 것 없이,  앙발리드의 금색 지붕도, 알렉상드르다리를 포함한 센 강의 모든 다리, 그 다리의 불빛에 빛났던 센 강도, 언제나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다. 그런 밤들은, 낮의 냉혹함을 잊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곤 했다.

파리의 밤을 볼 수 있는 건 사실 행운이었다. 애초에 일정정도의 경제력이 있어야 파리에 갈 수 있고, 혼자 돌아다니긴 역시 무서우니 함께 할 친구도 있어야 하고,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돌아올 무섭지 않을 집이 있거나 혹은 우버를 부를 돈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없을 땐, 나는 파리의 밤을 하염없이 길거리나 다른 사람들의 집에서 보내곤 했다. 혼자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 

혼자 돌아가던 그 밤에, 그들에게 났던 많은 사고를 안다. 혹시, 그들이 볼 수 있으니까 여기에 쓰지는 않으려한다. 그냥 우리 모두는, 그 밤을 너무 좋아했다는 걸 안다. 파리에서의 삶은, 결국 그 댓가를 크고 작게 치르는 삶이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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