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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May 13. 2021

찢어질 명분이 없다 아입니꺼

나도 찢어진 몬스테라 이파리 한 장 가지면 바랄 게 없겠네

밀림에 온 듯, 청량한 공기를 내뿜을 듯한 몬스테라. 나는 빠져버렸다.

진한 녹빛의 팔레트에 기묘한 창문을 그려낸, 묘한 분위기와 크기로 나를 압도하는 식물. 몬스테라!!!


'그래 이건 사야 해'


몬스테라 커서 정글 되면 온실 차려 식물원 하겠다는 선제적 오버를 떨며 농장을 향했다. 엄청난 크기의 몬스테라가 줄 지어있다. 황홀한 첫인상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 사실 엄두가 안 난다. 분갈이도 문제고 둘 공간도 문제다. 손이 떨린다. 사고 싶다. 사고 싶어. 떨리는 손은 지갑과 공간으로 냉정을 찾았다. 옆에 있는 작은 몬스테라. 찢 잎은커녕 과식한 사랑 초인 줄 알았다. 고민하는 나에게 몬스테라는 금방 큰다며 적당한 거 사서 살살 키우라는 직원분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작은 몬스테라를 맞이했다.


분갈이 후 한 달이 지난 몬스테라

 작은 몬스테라를 분갈이하고 한 달. 금세 새 잎이 나왔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설레는 내 마음도 모르고 왜 이제 나오는 거니? 잎에 분무를 해주면 상처 없이 잘 나온다고 해서 매일 조금씩 분무해줬다. 드디어 새 잎이 보인다!!

한 달 만에 나온 새 잎

"어라...? 뭐가 좀 이상한데...? 찢어진 거 맞아? 벌레 먹은 거 아니야? 이거 뭐야?"


사기혐의로 고소할 농장 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10분 후, 나의 무지를 반성하며 자체 취하했다. 사장님은 처음엔 그럴 수 있다면서 몬스테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몬스테라의 찢어진 잎에는 여러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생지인 열대우림의 비와 바람을 견디며 번식하기 위해, 스스로 구멍을 냈다는 생존을 위한 진화. ( 길거리 현수막에 구멍을 뚫는 이유도 같다. 구멍 사이로 바람이 통해 현수막이 찢어지지 않는다. )


둘째는 큰 잎에 가려 햇볕이 가리지 않도록 찢어진 잎을 만들어 햇볕을 나눈다는 감동스토리.

( 그래서 떡잎, 작은 잎이 몇 개 나고 큰 잎이 나면서 잎이 찢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사장님은  몬스테라를 우아하고 상처 없는 찢잎과 함께 키우는 꿀팁 그리고 조언을 주셨다.


1. 밝은 곳에서 골고루 빛이 들게 하기. 창문이 없다면 실내등 가까이 두기.

( 직사광선은 까맣게 탈 수 있으니 2시간을 넘길 땐 주의할 것!)


2. 습도를 좋아하나 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 몬스테라 주변을 건조하지 않게 하기. 특히 잎이 말려 나올 때는 분무를 해줘서 부드럽게 펴낼 수 있도록 도와주기.


3. 식물은 사람이 좋자고 키우는 건데 힘들어하지 말라.


초보 집사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사장님의 말씀을 즉시 실천했다. 구석에 있던 몬스테라를 햇볕이 드는 거실로 위치를 옮기고 이틀에 한번 잎에 분무를 시작했다. 잎이 더러워 보이면 물티슈로 살살 닦아줬다.

2주간의 정성이 통한 것일까? 새 잎이 나왔다. 엄청 크게!! 그런데 애매하다. 그리고 무서웠다. 한 번에 잎이 몇 개씩 올라오며 폭풍 성장하는 몬스테라.

미안해. 니가 찢어질 명분이 없었구나. 빛과 습도. 두 가지 명분이 생기니 바로 찢어 버리는구나. 초보 집사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몬스테라, 사실은 내가 몬스테라를 애타게 하고 있었다. 예쁘고 우아한 찢잎을 보여주고 싶지만 양분이 없고 명분이 없는데 어떻게 니가 펼쳐냈겠니?

2주 후 몬스테라 교과서에 실릴법한 자태와 색감으로 순둥순둥 착한 몬스테라는 내 사과에 응답했다.

식물 키우기가 궁금하거나 어렵다면 그 식물이 어떤 환경에서 컸는지, 원산지가 어디인지 찾아보면 좋다. 나는 생소한 식물을 마주하면 지식백과와 농업진흥청의 농사로 농업기술포털을 참고한다. 다양한 식물의 정보, 재배, 관리법이 가득한 곳이다. 식물에게 모든 환경을 맞출 수는 없지만 식물의 가장 멋지고 우아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조금만 환경을 맞춰주자. 보낸 사랑에 곱절로 보답하는 몬스테라는 특히 더더욱.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식물로 항상 추천받는 몬스테라. 사실 초보자가 가장 상처 입는 식물이다. 찢잎은 보이질 않고 주렁주렁 공중 뿌리와 갈피를 못 잡는 수형에 기겁한다. 당황하지 말고 슬퍼하지 마시라. 식물은 받은 사랑을 기억한다. 잊지 않고 보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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