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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May 13. 2021

벚꽃은 1절이고 들꽃은 2절

4절까지 있는 봄꽃 노래 시작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거리를 걷기도 전에 벚꽃이 졌다. 아쉬운 벚꽃. 왜 벚꽃이 필 때마다 비가 올까? 매년 상상하는 벚꽃 아래 소풍은 올해도 상상 속 동물이다. 벚꽃이 진 자리, 가득해진 초록 잎은 내 옷차림을 바꾸고 내 마음도 바꾼다.

아파트 정원에 가득한 찔레꽃과 가든 장미

더워지겠다며 5월에 여름을 걱정하던 때, 우연히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공원에서 만난 낯선 봄꽃들. 알지 못했던, 자세히 보지 않았던, 구석구석 숨어있는, 봄꽃은 우연히 내게 와서 봄 향기를 보여준다.


활짝 핀 꽃잎과 낯선 향기.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리고 내 어리석음을 탓했다. 봄은 분홍색만 있는 것이 아니거늘. 나는 봄을 편식하고 있었구나. 봄을 깨우쳐준 들꽃이 고마웠다.

공원에서 많이 보이는 산딸나무, 색상이 참 다양하다

꽃을 스치고 온 향긋한 바람이 이런 내 모습도 따스히 감싸 안는다. 따뜻한 바람에 절로 눈이 감기고 나는 꽃과 바람에 오감을 집중했다. 산들바람에 춤을 추는 꽃들의 노래, 꿀벌의 출근 소리, 편안하고 상쾌한 흙냄새까지. 다양한 봄을 느껴본다.


몇분 후 간신히 눈을 떴다. 포근한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꽃집으로 향했다. 화병에 꽃아 퇴근 후 바라보며 포근하고 싶었다. 꽃집에 도착해서 요청했다. 몇 송이 없어도 좋으니 지금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꽃을 부탁했다. 파란 돈 몇 장에 구체적으로 비싼 요구를 하는 손님이 얼마나 난감하셨을까.

이쁘다, 예쁘다, 아름답다, 우아하다, 고상하다, 세련되다.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작지만 예쁜 꽃다발. 향이 가득한 미스김 라일락과 코랄 작약, 라넌큘러스에 장미까지. 나는 방에 봄을 맞이했다. 차가운 수돗물을 받고 다발을 풀어 한 송이씩 얼굴을 보며 화병에 꽂았다. 꽃마다 향과 질감이 신기하고 반갑다.


나는 2주간 봄을 즐겼다. 대부분 시들었지만 난 종류인 덴파레는 1달이 넘은 지금도 꽃이 피고 진다. 줄기를 자르고 물을 가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지금도 싱그러운 꽃을 위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집에 와서 10일, 은은하게 색이 빠진 코랄 작약. 활짝 피면 도망갈까 싶어 그늘에 두며 관리했다.

작은 꽃다발이 주는 계절감. 봄을 충실히 느끼게 해준 내 작은 플랜테리어는 사치롭고 짧았지만 풍성하고 가득했다. 일상이 디지털과 비대면으로 변하지만 꽃이 주는 만족을 대체할 수 있을까?


내일은 새 꽃을 사는 날, 아침 일찍 목욕하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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