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절까지 있는 봄꽃 노래 시작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거리를 걷기도 전에 벚꽃이 졌다. 아쉬운 벚꽃. 왜 벚꽃이 필 때마다 비가 올까? 매년 상상하는 벚꽃 아래 소풍은 올해도 상상 속 동물이다. 벚꽃이 진 자리, 가득해진 초록 잎은 내 옷차림을 바꾸고 내 마음도 바꾼다.
더워지겠다며 5월에 여름을 걱정하던 때, 우연히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공원에서 만난 낯선 봄꽃들. 알지 못했던, 자세히 보지 않았던, 구석구석 숨어있는, 봄꽃은 우연히 내게 와서 봄 향기를 보여준다.
활짝 핀 꽃잎과 낯선 향기.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리고 내 어리석음을 탓했다. 봄은 분홍색만 있는 것이 아니거늘. 나는 봄을 편식하고 있었구나. 봄을 깨우쳐준 들꽃이 고마웠다.
꽃을 스치고 온 향긋한 바람이 이런 내 모습도 따스히 감싸 안는다. 따뜻한 바람에 절로 눈이 감기고 나는 꽃과 바람에 오감을 집중했다. 산들바람에 춤을 추는 꽃들의 노래, 꿀벌의 출근 소리, 편안하고 상쾌한 흙냄새까지. 다양한 봄을 느껴본다.
몇분 후 간신히 눈을 떴다. 포근한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꽃집으로 향했다. 화병에 꽃아 퇴근 후 바라보며 포근하고 싶었다. 꽃집에 도착해서 요청했다. 몇 송이 없어도 좋으니 지금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꽃을 부탁했다. 파란 돈 몇 장에 구체적으로 비싼 요구를 하는 손님이 얼마나 난감하셨을까.
작지만 예쁜 꽃다발. 향이 가득한 미스김 라일락과 코랄 작약, 라넌큘러스에 장미까지. 나는 방에 봄을 맞이했다. 차가운 수돗물을 받고 다발을 풀어 한 송이씩 얼굴을 보며 화병에 꽂았다. 꽃마다 향과 질감이 신기하고 반갑다.
나는 2주간 봄을 즐겼다. 대부분 시들었지만 난 종류인 덴파레는 1달이 넘은 지금도 꽃이 피고 진다. 줄기를 자르고 물을 가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지금도 싱그러운 꽃을 위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작은 꽃다발이 주는 계절감. 봄을 충실히 느끼게 해준 내 작은 플랜테리어는 사치롭고 짧았지만 풍성하고 가득했다. 일상이 디지털과 비대면으로 변하지만 꽃이 주는 만족을 대체할 수 있을까?
내일은 새 꽃을 사는 날, 아침 일찍 목욕하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