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야 남편의 단단한 매운 맛
"우리 도하 도착해도 시간 지연될 거 같아."
"무슨 일 있어?"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한 승객이 다른 승객의 부인을 발로 찬 건가봐."
언뜻 들으면 폭행사건으로 들리는 이 사건, 전혀 타협이 되지 않으니 경찰을 불러야겠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알제 출신의 남편이다. 도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15분, 평상시라면 비행 후 정리하느냐 몇 십분도 안 되어 비행기에서 내려올텐데, 이미 대기하고 있는 시큐리티팀과 승객들 사이의 진상확인이 진행되고 있다. 누가 봐도 고의성이 없어 보이는 한 외국인 승객의 누명 정도인데, 이야기로 듣는 거랑 실제로 대면한 그 승객들의 표정 및 상황을 보니 이내 결론은 난다.
검은 아바야를 입은 퉁퉁한 부인이 기내 통로 쪽으로 발을 내 둔 상황에ㅋㅋㅋ 밤비행이라 기내 소등이 되어 있다보니 외국인이 통로를 지나가다가 발을 건드린 모양이다. 이에 남편은 절대 넘어갈 수 없다는 상황, 표정 봐서는 사람 잡겠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사과드릴게요."
정중하게 그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상황은 일단락 되었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남편이 다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소동을 부린 일이라고도 한다. 남편이 부인 위하는 마음이야 좋지만, 여행가는 길에 사람 마음 무겁게 할 이유는 무엇이며, 막상 비행기에서 내릴 때 발길 걷어 차인 아바야 부인은 열려있는 조종석으로 아이 두명을 데리고 와 사진을 찍고 캡틴이랑 아이들 사진 남겨주기 바쁘다.
이코노미 좌석으로는 부족할 듯한 풍채에 통로쪽으로 발을 뻗어 지나가는 사람들 길을 막은 건 그녀의 발인데,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말은 이 곳에서도 통하는지ㅋㅋㅋ 과격한 알제 남편의 성화에 시큐리티 불러와 모든 상황이 끝나니 자정이 넘어간다. 승무원 선에서 끝나지 않는 일, 중재역할을 한다고 해도 무서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의 이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독단적인 판단, 미성숙한 감정 통제, 그럼에도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당황스러운 경험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의 후폭풍은 다수의 시간을 잡는 일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