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인지 능력, 통찰력, 관찰력, 눈썰미ㅋㅋㅋ 무엇으로 표현될까.
목소리 톤, 얼굴 생김새, 바로 떠오르는 사건은 없다. 단지 그녀의 얼굴이 익숙하다는 것 뿐이다.
'언젠가 같이 비행한 적 있겠지.'
하루 반나절 걸리는 아테네 턴 어라운드 비행에 앞 쪽 주방은 춥기만 하다. 에어버스 320 기종, 무슨 기종이 중요하기보다 에어버스는 바깥의 기온이 일부 기내로 전달되기라도 하듯, 냉기가 올라온다. 긴 비행시간에 졸음도 오려 하는데, 몸까지 추워지니 그 시간만큼 더딘 시간도 없다.
도하로 돌아오기 몇 시간 전, 문득 사무장의 얼굴이 어떤 일과 오버랩된다.
"혹시 나 기억해?"
내가 말을 이어간다.
"난 너랑 같이 비행한 게 기억나는데, 너 인가 헷갈려. 인천 비행에서 크루들에게 사과인사 전한 게 너 맞지?"
그녀가 인상 깊었던 건, 한국으로 떠나는 4일 오프에 승객으로 탄 비행이었였다. 10A에 계신 승객이 병적 증상이 있어 비행 출발이 약 2시간 지연되었다. 나는 오프로 한국에 다녀온 일정이었고, 출발시간이 늦어지니 도하에 도착하는 시간도 늦어질거라 행여 다음 스케줄에 영향을 줄까 싶은데, 그 비행의 사무장이 다가온다.
너 우리 항공사 크루 맞지?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녀가 필리핀 출신이라는 건 액센트로 알겠는데 그녀의 이름은 눈여겨 보지 못했다.
'말 한 마디가 중요하구나.'
언짢은 마음이 그녀의 말 한 마디로 그 승객이 무사히 도착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었다.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역시나 작은 기종이었다. 사무장 옆 내가 앉아 가는데, 그녀가 아이패드를 통해 이코노미 클래스 첫 줄을 확인하고 있다. 보통 사무장은 비지니스 클래스 승객들 프로파일 하는데 더 집중하는데, 혹시나 승객으로 탄 크루들을 확인하고 있나? 싶어서 그녀를 알아봤다. 보통 크루들이 비상시 도와줄 수 있어서 지상직원이 비상도어 있는 줄에 자리를 주는 경우가 있고, 사무장들이 확인하는 passenger list에는 승무원이 앉아있는 좌석에는 승무원 표시가 되어 있어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돌아와, 4월 중순에 인천비행이 있다는 그녀, 그 때쯤이면 벚꽃도 만개할테니 부럽다고 했다.
'그녀가 그녀일까?'
어떠한 공통점이나 암시가 있던 것도 아닌데, 문득, 확인해보기로 한 것이다.
"너 진짜 맞아? 전과는 느낌이 달라서 물어보는거야."
"응. 그때는 머리가 짧았을 걸. 머리가 길러서 묶고 다녀."
"그래? 그 때는 앞머리를 지금처럼 넘기지 않은 거 같아."
부분인지 능력, 통찰력, 관찰력, 눈썰미ㅋㅋㅋ 무엇으로 표현될까. 지금의 느낌만으로 과거의 단면을 떠올리는 기억, 그게 어렴풋 하지만 지금껏 비행하면서 추억 속의 크루들을 다시 불러온 기억이 여럿 손에 꼽는 거 같다.ㅋㅋㅋ 어떤 경우는 이름을 기억하기도 하고, 같이 한 비행을 기억해 내기도 하고, 같이 찍은 사진이나 적어둔 글에서 불러오는 기억도 있지만, 그 혹은 그녀가 무엇을 착용하고 있는지를 통해, 무엇이 인상깊은 지 역으로 기억해 내다보면 결국은 떠오르고, 또 맞춘다!ㅋㅋㅋ 문득문득 지난 기억에서 그 사람을 다시 소환ㅋㅋㅋ할 때면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ㅋㅋㅋ
한 번은 인도 출신의 부 사무장, 자신의 피부색과 겉도는 듯한 고급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대놓고 나 좋은 시계 찼어 라고 말하고 있어, 시계가 좋다며 내가 말문을 튼 적이 있다.
"시티센터에 가면 가짜 시계를 파는 곳이 있어."ㅋㅋㅋ
그가 이야기를 하며, 혹시 시계에 관심이 있으면 가서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구입하라고ㅋㅋㅋ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준 적이 있다. 그러려니 넘기다가 다시금 시간이 지나 내 눈에 들어온 고급 시계, 비행이 마무리 될 시점이라 간단하게 시계 좋은 거 같다며 칭찬하는데, 어쩐지 익숙하다.ㅋㅋㅋ
"네가 일전에 시티센터에서 시계사는 곳 가르쳐 준 적 있지?"
"너한테도 얘기한거야?" ㅋㅋㅋ
"너 맞구나. 나 너 기억해."
"어떻게 기억해?"
"그 때도 너가 좋은 시계를 차고 있던 게 기억나거든. 오늘도 좋아보여서."
이번에는 시계를 다른 걸로 바꾼거라며ㅋㅋㅋ 다시금 관심이 있으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비행하다보면 예물용으로 찰 만한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출신과 그 사람이 들고 다니는 걸 일대일로 연결할 생각은 아니고, 어울린다 그렇지 않다 판단할 것도 아니지만, 그러한 소품으로 결국은 한 사람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다시 보게 된다면 적어도 그의 시계를 통해서, 덧붙여 그의 체구정도로 그를 알아볼 거 같다.
다른 성향, 다른 관심사의 크루들과 비행해오면서 배우는 게 있다. 인간관계에도 희소성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걸 경험하기도 하지만,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의 취향이나 행색이 결국은 그 사람임을 다시금 알아보게 되기도 한다. 얼굴이 눈에 띄게 특출나는 것들이 중요해지지 않는게,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그 사람을 표현해내는 한 가지만 뚜렷해도 그게 그 사람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다.
개명에 대하여
말로 적다보니 며칠 전 개명에 대한 생각도 덧붙인다. 잘 기억된다는 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의 신상이 더 잘 노출된다는 것일텐데, 이왕이면 묻히는 이름보다 한 번 같이 비행하고 유독 이름이 기억에 남는 사람들, 그런 이름이 부럽기도 했던 거 같다.
"저는 언니 이름이 더 좋은데요?"
내가 그녀라면 어떤 이름으로 바꿀 생각인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갈 거 같은데,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든 그녀의 말이 다르게 들린 적이 있다. 공항에서 마주한 그녀, 내 이름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해 결국 내 입으로 이름을 말해주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녀는 내 이름이 좋다고 한다.ㅋㅋㅋ 개명도 그 사유가 있어야겠지만, 일단은 보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