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통한 깨달음
며칠 간 땡볕이었다. 조금이라도 야외활동을 하면 금세 목이 말랐다. 아이들은 더위를 타지 않는 건지, 아니면 노는 게 더 중요한지 한참을 뛰다 와서는 겨우 물을 찾는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걸 보니 덥긴 더운가 보다. 염려스러운 마음에 그늘로 오라고 설득했지만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꽂혀 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다. 곁으로 다가가 보니 달팽이 껍질이었다.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걸 보니 부부 한쌍으로 보였다. 이미 생명이 꺼져 보이는 달팽이에게 연민을 느꼈다.
'아무리 생존력이 강한 동물이라도 이런 더위에 살아남기 힘들었겠지... ' 아이에게 달팽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묻어주자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이 달랐다. 자신이 마실 물과 어디선가 주워온 열매를 달팽이에게 주었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미 늦었다고 단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달팽이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는 온몸에 물을 축였다. '그럼 혹시 다른 한 마리도?'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달팽이 두 마리가 부부였는지, 형제자매였는지, 아니면 친구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곁에 두고 함께했던 반려자의 부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지 걱정이 앞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팽이를 풀어주자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집에 데려가서 돌봐주고 싶다고 했다. 하긴... 이런 더위에 그냥 두고 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못 이기는 척 두 마리를 다 집으로 모셔왔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집에 있는 상추를 씻어 주었다.
한참 후 아이가 나를 부른다. 무슨 호들갑인가 싶어 가보니 죽은 줄 알았던 다른 달팽이 한 마리도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아...! 나는 왜 겉만 보고 쉽사리 판단해 버렸을까?'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내 잘못된 경험과 지식으로 하마터면 꺼져가는 생명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분명 아이의 관심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안이 그들을 살린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까?'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