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신의 심층, 무의식의 문을 연 Freud
인간 정신의 심층을 연 Freud
지난 1월 7일부터 예수회 센터에서 심층심리학 강의를 들었다. 강의는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총 6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전반부 세 차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다루었고 후반부 세 차례는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소개하였다.
방대하면서도 간결하고 심오하면서도 쉽게 다가오는 강의를 통해, 난해한 프로이트와 융의 심층심리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무의식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부터 강의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하였으며 문외한의 보잘것없는 소감도 간략하게 기록으로 남긴다.
합리와 이성의 절정기이며 도덕주의와 엄숙주의 그리고 허영과 고뇌가 병존하던 시대, 그런 가운데 충동과 감성 등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을 부정하고 억압했던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Freud는 非이성, 특히 性충동을 강조하면서 당대 지식인들의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Freud가 ‘히스테리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정신분석을 창안하여 인간 정신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치료가 가능하게 되면서 인류 문명의 영역은 무의식이라는 무한의 세계로 확대되었다. 새로운 우주관을 제시하여 인류의 물리적 공간 개념을 변화시킨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인간의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자연과 사회의 동태적 변화과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다윈의 진화론과 더불어 Freud의 무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인류 근대문명의 3대 패러다임 변화이다.
합리적 인간관과 행동의 원인으로서의 의식을 중시하던 당시의 사조에서 벗어난 Freud는 인간의 마음을 에너지의 체계, 즉 억압된 욕망이 끓어오르고 상반된 힘들이 서로 갈등하는 장소로 이해했다. 특히 ‘성적 추동과 공격적 추동’ 혹은 ‘삶의 추동과 죽음의 추동’이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본능적 표현의 구성요소라고 주장하였다. Freud는 마음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의식-전의식-무의식’으로 구성된 지형학적 모델(topographical model)과 이로부터 발전한 구조 모형(structural model)을 제시했다.
지형학적 모델에서 Freud는 무의식(unconscious)의 요소인 추동과 욕구 등으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면서 인간 내면에는 무의식이 의식되거나 직접 표현되는 것을 막는 힘이 존재하며 정신분석의 목표는 이 같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한편 무의식의 복잡성과 마음의 역동성을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 Freud는, 충동이나 본능의 원천지인 Id(원초아)와 성격의 집행부 자아(Ego) 그리고 성격의 검열기관 초자아(Super-Ego)로 구성된 구조 모형을 제시하였다.
구조 모형에서의 자아(Ego)와 초자아(Super-Ego)는, 지형학적 모델에서 특정 순간에 자각이 되는 모든 감각과 경험들로 구성되는 의식이 곧 전의식과 무의식으로 합류하는 것처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정신 체계이다. 하지만 Id(원초아)는 외적 현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회화되지 않는 핵이며 가장 기본적이며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선험적인 마음의 구조라고 설명하였다. 원초적이고 무의식적인 Id(원초아)는 다른 정신 과정이 발달하기 전의 정신 과정으로,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비논리적-비합리적-공상적 사고형태이다. 결과에 대한 고려 없이 항상 쾌락 원리가 지배하는 정신 에너지, 즉 리비도의 저장고이다.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천인 것이다.
생후 6~8개월 이내에 시작해서 3세경에 어느 정도 수립되는 자아(Ego)는 지연, 좌절, 갈등 등 인간의 외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Id(원초아)로부터 분화되어 형성된다. 자아(Ego)는 Id(원초아)의 요구를 현실 속에서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봉사자로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실 검증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현실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이런 자아(Ego)의 활동을 검색하고 찬성과 불찬성의 기준을 제시하는 정신 체계가 초자아(Super-Ego)이다. 3~6세 시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를 해결하면서 형성되는 초자아(Super-Ego)는 자기비판과 자기 존중의 잣대이며 내재화된 도덕적-윤리적 기준으로서 Id(원초아)의 충동 지배를 제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양심은 초자아(Super-Ego)의 일부로서 ‘의식된 도덕적-윤리적 부분’이며 개체 자신보다 선량하고 엄격하며 결백하다. 양심의 가책이란 초자아(Super-Ego)의 일부분인 양심이 자아(Ego)를 질책하면서 발생하는 죄책감이다.
마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Freud의 구조모형에 의하면 신경증(neurosis)과 정신병(psychosis)은 세 개의 정신 체계 즉 Id(원초아)-자아(Ego)-초자아(Super-Ego) 간의 균형이 붕괴되었다는 표징이며 이러한 상태에서 인간 개체는 마음의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무의식 속에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체계를 바탕으로 Freud는 불안과 자아 방어기제에 대한 탐구를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