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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Aug 31. 2020

궁금증을 풀다 - 탐구2

북아트 <풀다>

궁금증을 풀다 - 탐구 2

코덱스 북바인딩으로 만든 노트들.

손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은. . .

재단하고, 꿰매고, 풀로 붙이고, 흡습지를 끼우고 또 덮고, 북 프레스에 눌러놓고 하루 이상을 기다린다. 10회 완성의 속성 인문학 강의 시간보다 더 길다. 수작업의 책 만들기도, 인문학도,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간편한 인스턴트가 아니다.


<속성 인문학>

일회용기에 여러 철학자들의 글이 들어있다.

그들의 위대한 사유를 프린트한 후에 한 행 씩 잘라서 국수가닥을 연출했다. 플라톤의 이데아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칸트의 미학과 근대 인식론, 현대 철학의 근간을 이룬 니체.... 한 철학자에게 접근하고 그의 사상을 배우고 익히기까지 여러 해가 걸릴 거대한 사유들이 한낱 국수가닥처럼 서로 엉켜서 일회용기 속에 들어있다.

패스트푸드, 불량식품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맛이다. 맛있다. 얼마나 맛있는지 중독성까지 있다. 패스트푸드에 중독된 현대인들이 학문도 패스트푸드처럼 나무 젓가락으로 끌어올려 후루룩 먹어버리는 그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것은 비단 타인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다. 자아비판이 더 먼저다.


<서양 미술사>

여기저기 인문학 카페에서 손쉽게 얻어 마실 수 있는 머그컵 미술사. 일반 머그컵 크기로 북 바인딩의 가장 기초인 헤링본 스티치를 사용하여 미술사를 묶었다.  내용엔 시대에 따른 미술사조와 그에 해당되는 화가들에 대해 열거했다. 만들게 된 동기는 위의 <속성 인문학>과 같은 맥락이다.




<달의 변화>

농경시대에는 달의 변화가 눙사 계획의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었다.  지금도 조수간만의 시간을 알아야하는 어업은 달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우주과학을 떠나서도 달이 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이태백 뿐이겠는가, 춘향이와 이몽룡 이야기에도 달은 끼어든다.

한동안 우리 가족들은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보름달이 뜨면 나인줄 알고 바라보오, 우리 저 달을 같은 시간에 바라보며 서로를 생각합시다, 이런 신파조의 말장난을 하긴 했지만, 사실은 이국에 흩어져있는 우리가 같은 시간에 달을 함께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달을 바라보지 않고도 함께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게됐다.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생중계하는 TV채널을 보면서 그 시간에 마음을 합쳤다. 특히 2002년의 월드컵 축구 생중계는 각국에 뿔뿔이 흩어져있는 우리 가족들을 같은 시간에 한 화면을 통하여 만날 수 있었다. 큰 아들은 마침 이태리에 있었다. 대한민국과 이태리의 축구경기가 있던 날,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다혈질 이태리인들이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경기중계를 관전하고 있었다. 참 딱하게도 우리 큰 아들은 그 광장의 무리들 속에 섞여서 대한민국과 이태리의 축구경기를 얌전히(?) 시청했다고 한다.



<뮤즈>

당신의 뮤즈는 누구인가, 무엇인가? 글을 쓰는 나에게 영감을 가져다 주는 뮤즈가 있는가.

단테의 뮤즈는 베아트리체였고, 조르주 상드는 쇼팽의 뮤즈였다. 유명한 예술가들에게 어떤 뮤즈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뮤즈는 루 살로메를 꼽을 것이다.

루 살로메, 우리의 젊은 날들을 휘어잡던 니체와 릴케와 프로이트에게 영감을 준 여인 루 살로메는 여러 남성들의 뮤즈였다.

이 책에서는 신화 속의 아홉 뮤즈 이름과 그 역할을 알아본다.

책 앞표지 뒷면엔 <뮤즈>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뒷표지 안쪽엔 아홉명 뮤즈를 하나 씩 따로 설명했다. 뮤즈 이미지가 그려진 사각으로 접힌 부분을 펼치면 그 내용이 나온다.



<신화> 아리아드네, 테세우스, 미노타우로스, 디오니소스.

신화 내용을 글로 엮어 간단한 책으로 묶었다. 이미지는 미노타우로스에 관한 것이다.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  미노스 왕은 난폭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기 위해 한 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미궁에 가둔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알려준 방법대로 실로 몸을 감고 미궁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 나올 때는 실을 따라 무사히 미궁을 빠져나온다.

이 책은 신화의 내용을 프린트하여 동양식 바인딩으로 묶었다. 그것을 표지에 붙였고, 뒷표지 안쪽에는 미로를 그려넣었다. 상진인 실과 황소가 미로 속에 있다.


<4복음서의 상징들>

신약성경의 4복음서 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대한 상징들을 모아보았다. 

유럽여행에는 많은 성당관람이 마치 필수코스처럼 들어간다. 성당을 종교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건축을, 스테인드 글라스를, 프레스코화를, 조각을, 모자이크를, 무덤과 관을...... 다양한 볼 거리들이 성당안팎으로 꽉차있다.

 

'나 여기 왔다갑니다'하는 기념사진에 바쁜 사람,  '나 거기 갔다왔다'로 이어질 인증샷에 바빠서 정작 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사람은 문을 장식한 부조만 찍다찍다 그렇게 하염없이 찍다 내부를 미쳐 못보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보는 눈들은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하다. 

 

나는 유럽의 여러곳을 다니며 내가 만들 책의 자료가 될 사진을 위주로 찍었고, 나중에 만들 나의 책들을 위한 자료를 열심히 챙겨오느라 바빴다.

출간하고 판매하여 돈이 될 것도 아닌데... 

노력한 만큼 다 보여지는 것도 아닌데..... 

나의 가장 큰 취미생활인 잡식성 탐구생활이다! 

사진과 설명이 있는 내지 60쪽짜리 콥틱바인딩 책이다.

표지는 페이즐리 무늬의 짙은 고동색 인조가죽. A4크기 종이를 반으로 접은 사이즈.

내용의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 성당 안내책자에 있는 것들이 섞여있고, 내용 글은 기독교계 여러 책자들과 인터넷을 참고하여 엮었다,

 

모르던 것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은 삶의 맛을 더해준다. 이 맛은 늪이다. 빠져나오기 어렵다.

새롭게 알게된 것들을 내 방식대로 정리하며 하나의 책으로 엮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성취감있는 일인지!!!


궁금증을 풀다 - 탐구3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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