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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Oct 04. 2020

나를 풀다 - 자화상

북아트 <풀다>

나를 풀다 - 자화상


자화상에 대한 상자 책이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담은 상자.


가슴 부분은 터널 북 형식으로 하여 생각을 이미지화한 오브제들을 입체적으로 넣었다.

원래 마음에 담겨있는 것들이 평면적으로 나열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것이 앞서다가 저것이 앞서다가, 뒤로 밀려났다가 그러다가 어느 구석에 숨어있게도 되는.

그러나........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그런 마음 속의 여러 생각들을 담았다.


나는 파란계열의 색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었으니 좀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의 색을 사용했다. 상자 표면에서 색이 자유롭게 서로 엉겨붙어 어느 부분에서는 아주 부드럽게, 또 어느 부분에서는 아주 강렬하게 색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것 또한 마음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생각들이다.


상자 뚜껑 안 쪽으로는 <자화상>이라는 시를 손글씨로 적어넣었다.

내 마음을 나타내는 짧은 詩.

깊이가 있는 상자 안쪽으로는 사진을 바닥에 두고 가슴 부분에 터널 북 형식으로 시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오브제들을 설치하였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터널북(내 마음속).



<자화상>


가슴을 열면

거기

쪽 빛 하늘, 가끔은 눈이 멀 것 같은

목화 빛 구름, 달콤한 꿈을 뭉쳐놓은 솜사탕 같은

금 빛 새, 태생지로 날아가는

나뭇 잎 색 심장, 나에게 수액을 공급하는

햇살 색 꽃잎, 터지지 않은 꽃망울의 기억이 남아있는

비둘기 색 우표, 너 또는 그에게 내 마음 싣고 가는

산머루 빛깔 낱 자字들, 詩를 빚을 수 있는

그리고

흙 색깔 깊은 항아리, 나이를 곰삭이고 있는


가슴을 열면

거기

또 하나의 나, It's me! I'm here!

이렇게 외치고 있는


- 실존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진 어느 날의 자화상



터널북 속에 입체적으로 들어있는 오브제들.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이미지들.

상자 깊이가 있어서 뒤의 오브제들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 또한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의도함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가?

일반 책장처럼 샅샅히 살펴볼 수 없는 터널 북의 매력이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꿈>





2012년 서울 경인미술관 북아트 개인전시회

<사랑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나>

1, 사랑하는 사람들

내 삶의 원동력이 되는 사랑하는 사람들.

첫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얼른 전화를 걸어 성급한 눈소식을 전하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메일을 쓰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생각나는 사람들. 새싹이 돋아도,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도, 그 소식을 빨리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가 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서로 사랑이거나 짝사랑이거나, 피붙이거나 남남이거나.


2. 아름다운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

눈에 사랑이라는 콩깍지가 씌워지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초라하거나 누추하거나, 또는 피폐하거나, 어떤 일그러짐도 사랑의 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3. 호모 루덴스, 나

나는 놀기 좋아한다.

남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 노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서도 잘 논다. 놀이에 빠지면 내 시계는 고장나서 멈추고, 神은 내게 25시간을 허락해주신다.


2018년 대전 예술가의 집 북아트 개인전시회

<풀다>

1.오색 물감을 풀다 - 미술

물이 담긴 컵에 물감 한 방울 떨어뜨려 보았는가? 그 자유로운 유영을 보았는가?그런 자유로움이 참 부럽다.

물 속에 물감이 번져나가듯이 퍼져나가듯이 풀어지듯이 자유롭고 싶다. 작품도 생활도, 생각도 몸도, 자유롭고 싶다.


2. 궁금증을 풀다 - 탐구

누구에게나 궁금증이 있다. 그 관심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다를 뿐, 사람들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나 또한 참 여러 가지에, 이것저것 궁금한 일들이 많다. 멍하니 앉아서 그 궁금증의 근원을 생각하다가 그 생각의 꼬투리를 잡게되면 미친듯이 집중하고 파헤치고 풀어낸다.


3. 빗장을 풀다 - 관계

나의 권리와 너의 의무, 너의 권리와 나의 의무, 관계를 객관화 시켜보면 터무니없는 횡포이고 과중한 희생이다. 관계의 역할을 떠나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수평으로 설 수는 없는 것일까?  수직선을 긋고 서있어야 할 자리에 매이지 않는, 그냥 한 존재로서의 너와 나의 존재를 존중하는 관계를 꿈꾼다.


4. 글 뭉치를 풀다 – 문학

누구에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누군가는 침묵으로 묻어두고, 누군가는 발표하고 공유한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참 많은데 실제로 글로 쓰고 엮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래도 나는 흰 종이와 펜을 보면 첫눈 오는 날처럼 설렌다. 늘!

5. 응어리를 풀다 - 상처

상처는 덮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정한 사과로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지워주는 것이 우선인데, 사람들은 더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잘 해줘도 잘못과 잘함이 상쇄되지 않는다. 진정한 사과만이 상대방에게 입힌 상처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 사과없는 친절은 모래위에 집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상처를 준 사람들이 기억하면 좋겠다. 가해자의 기억과 피해자의 기억은 그 내용도 다르고 흐려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다르다.


6. 실타래를 풀다 - 바느질

바늘은 참 잔인하다. 아프게 찌르니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아픔이 빚어내는 결과의 아름다움이라니!

갈라진 것을 봉합하고, 색실로 아름다운 수를 놓고. 바늘이 찌르면서 옮기는 한 땀 한 땀이 아름다움으로 피어난다.


7. 기억의 회포를 풀다 - 여행

여행을 다니면서 늘 느끼는 것은, 사람들 사는 모습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찌 그리 비슷할까, 사는모습이 어쩜 그리도 다를까, 이런 생각이다. 이 두 가지 생각을 넘나들며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저장한다.


8.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 북아트1

북아트 작품 제작자로서, 북아트 강사로서 북아트에 대해 느낀 점들을 이야기한다. 꽁꽁 싸여있던 보따리를 풀어 북아트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드러낸다. 북아트는 기능인가, 예술인가?




북아트 <풀다>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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