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요람에서 무덤까지 7
종이책 <삶의 미술관> 출간으로 이 브런치 북에는 도슨트 설명만 남겨둡니다.
https://www.museothyssen.org/en/collection/artists/campendonk-heinrich/young-couple
Heinrich Campendonk <Young Couple> 1915, Oil on cardboard. 57.2 x 42.8 cm
Museo Nacional Thyssen-Bornemisza
도슨트 설명
첫눈에 그림 색깔이 환하고 선도 확실해서 어려운 그림은 아닌 것 같죠? 알록달록 색감이 예쁘네요.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하인리히 캄펜동크의 <젊은 커플>입니다. 한 쌍의 남녀가 의자에 앉아있는데요, 화가와 그의 아내 에이다입니다. 1915년에 그린 작품입니다. 그해 2월에 아들이 태어났는데 작가는 마냥 행복을 누릴 수만은 없었어요. 바로 몇 달 전에 함께 예술활동을 하던 마케(August Macke)가 전사했거든요. 캄펜동크는 마케와 함께 피카소의 분석적 입체파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전사했으니 상심이 크죠.
그림 속 남녀는 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엔 정면 같아보이지만 남자의 얼굴에 칠한 흰색의 얼굴선과 노출된 목을 보면 여자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고 있지요. 둘의 친밀감을 표현한 건데요, 오른쪽 위에 혼자있는 여자의 작은 옆모습과 대조를 이루면서 이 커플이 함께하고 있음을 과시합니다. 구성이 원근법에 매어있지는 않은 대신에 아래 왼쪽을 대각선으로 흑백명암을 넣어 공간의 깊이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편안한 자세로 앉은 것 같지 않아요.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아요. 어디서 본듯한 표현이죠? 저는 샤갈의 중력을 무시한 그림들이 떠올랐어요. 남자 오른팔 옆에 병을 보면 그것도 안정되지 않고 떠있어요. 뒤쪽 여자가 앉은 의자도 떠있고요. 유리창틀처럼 재단된 달빛이 테이블을 덮고 있네요. 달빛은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며 바닥까지 들어와 있어요.
공중엔 세 개의 둥근 원이 떠다니며 내려옵니다. 세개의 원은 색깔이 다 다르죠? 작가는 이것을 빛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밤에서 낮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우주적 기호를 표현한 것인데요, 이런 점이 바로 작가 캄펜동크의 특징입니다.
그림에서 직선이 사물을 표현하고 공간을 가르고 있지만, 군데군데 곡선을 그려넣어 리듬감을 주고 있습니다. 과감한 색채를 보면 로베르 들로네의 '오르피즘' 영향도 눈에 들어옵니다. '오르피즘(Orphism)'은 입체파의 분파인데요, 정통입체파가 엄격한 선의 구성을 중시한 반면 오르피즘은 화려한 색체를 추구했어요.
한 사람의 개별작품의 독립성은 중요하지만, 그 작가를 대변하는 작가 스타일이 있고요, 또한 동시대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던 동료화가들과 함께 연구하던 양식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그림 <젊은 커플>을 그린 하인리히 캄펜동크가 가담했던 그룹을 "간략한 미술사조"에서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