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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gen Aug 18. 2020

화장을 지우며


화장을 지우며


 


거울을 본다.
여자가(가끔은 남자도)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갑자기 자신을 돌아보거나   거울을 보며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거울을 보던중 문득 거울 속의 사람을 인식하게 되고 거기 낯선 사람으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나 연극에서 여주인공이 어떤 전환점을 맞을  쓰는 이미 식상한 방법이다.

거울을 본다.
며칠  막내 아들과 함께 외출했을 ,  애는 갑자기  머리에서 무얼 떼어주려는 듯들여다보고 손을 대더니 ‘,  머리로구나하며 손을 다시 내렸다.‘반짝거려서  묻은  알고요’.
 흰머리가 거울 속에서 반짝인다.
얼마 , 아직 노망(?)  들었지만, 그래도 듬직해보이는 아들에게 응석겸 말을 건넸었다.
, , 여기  머리  .   머리  .”
원래 있던  머리 아니에요? 염색한   빠져서  염색할 때가 돼서 그런  아니에요?”
(나쁜 !)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그게 아니었는데......
(아이구 우리 어머니, 우리들 키우느라고 고생하셔서 이렇게 흰머리까지 나셨네)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까지는 기대를 안했지만... ...
 흰머리가 거울 속에서 반짝인다. 거울 밖에 있는  속을 모르는 .

나는 삼십대 초반까지는 화장을 거의 안하고 살았다.
 아이들과 함께 베이비 로션을 바르는 , 그것이 나의 경제 형편에 맞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부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화장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화장이 점점 두꺼워지고 그러던 시기가 언제인지는  기억하지못하겠다.  얼굴로 외출하기는 너무 뻔뻔한  같아서 뭐래도 찍어바르고 나가기 시작했다.  때의 화장 시간은 아마  15분쯤 걸렸던  같다.
이제 지금 나의 화장 시간은 오히려  보다 훨씬 짧은 5.
나는 5분이면 화장이 끝난다.
이건 기술이 늘었거나, 다시 젊고 예뻐졌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아예 손을 , 포기한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이후, 나는 화장에 대해 뭐가 잘못됐어도 단단히 잘못됐다는것을 알게 됐다. 내가   예뻐 보이기 위한 화장이 순전히 ‘서양사람 모양 따라가기 내지는 흉내내기였다.
내가 아무리 흰색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백색인종보다는 누렇다.
두둑한  꺼풀에 아이 새도우로 음영을 주고, 아이라인으로 눈을 강조하고, 마스카라로 눈썹을 짙고 길게 늘여도 서양 사람들의 쌍거풀 지고  들어간 눈에는 어림도 없다.
코를 높이느라 입체화장으로 콧등은 하얗게,  옆은 약간 어둡게 그려도 그들의 콧대는 나보다훨씬 높다.
  머리에 볼륨을 아무리 잔뜩 넣어 살려도  납작한 뒤통수는 그들보다 납작하다.
꺼꾸러지게 높은 하이 힐을 신고 뒤뚱거려봐야 역시 그들의 키는 나보다 훨씬  크다.
생각해보면 내가 수정하거나 보완해서 모양내는 얼굴 화장이 거의 서양 사람 얼굴처럼 만드는 것이다. 인물에도 ‘서양 우월, 동양 열등 있을까?
약간은 두두룩한 눈꺼풀, 두리둥실한 , 그리 높지 않은 콧날, 이게 어때서? 나의 자부심--- 나는 완전한 동양 미인!
 남편은  밑에 몽고 주름이 확실하고, 뼈가 노골노골한 어린시절부터 양반다리로 앉아서 자란  완전한동양 미남(?).
서양의 좋은 점들을 배우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인물만은  얼굴을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거울을 본다.
화장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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